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는 계속 밥만 지어 먹는다. 밥을 먹기 위해 일을 하는 게 전부다. 그래서 ‘삼시세끼’가 어촌편에 출연했던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과 함께 고창으로 장소를 옮겨 방송을 한다고 했을 때 크게 달라지지 않은 그림이 될 것이라고 다들 생각했을 터. 실제로 큰 그림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이들은 언제나처럼 밥 먹고, 일하고, 밥을 또 먹었다.
‘삼시세끼’의 고창편이 오는 16일 안방극장을 떠난다. 지난 7월 1일 첫 방송을 한 이 프로그램은 두달간 우리에게 큰 위안과 위로를 선물했다. 2015년 1월부터 3월까지, 그리고 그해 10월부터 12월까지 봄과 겨울 안방극장에 재미와 감동을 안겼던 이들은 예부터 기름진 땅이었던 고창에서 농사를 돕고 오리를 키우며 밥을 지어먹었다. 막내 남주혁이 합류하긴 했지만 이들이 만드는 생활은 어떻게 보면 밥을 먹고 일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게 언제나처럼 재미가 있었고 평온한 감동을 안겼다.
남주혁의 합류에도 손호준은 잔심부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오히려 차승원의 요리를 먼저 알아서 돕느라 더 바빴다. 선하고 해맑은 남주혁은 열심히 일을 했고, 유해진은 언제나처럼 ‘아재 농담’을 던지며 성실하게 몸을 움직였다. 유해진과 차승원은 티격태격하면서 별 말 없어도 친근한 동갑내기였고, 어차피 막내인 손호준과 남주혁은 서로에게 의지를 하는 모습이 푸근했다.
어촌편의 만재도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있었다면 고창에는 농사를 짓기 위한 오리들이 있었고 유해진의 강아지인 ‘겨울이’가 애교를 부렸다. 장소가 달라지고 이들이 일을 하는 방식도 변했지만 먹고 일하고 자고 이 삼시세끼 그대로였기에 안방극장은 이 익숙한 그림에 또 빠져들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사느라 뒤를 돌아볼 여력이 없는 시청자들에게 ‘삼시세끼’ 네 명의 일꾼들은 도시를 떠난 시골 생활 그 자체의 풍요롭고 편안한 매력을 전했다. 거창하지 않아도 차승원이 만들어내는 음식들은 군침을 흘리게 하고 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모습만 봐도 어딘지 모르게 위로와 위안이 됐다.
일상과 사람살이 묻어나는 그대로를 네 명의 매력적인 일꾼들과 함께 담아내는 그림이니 크게 달라지지 않아도 ‘삼시세끼’는 금요일 밤 안방극장의 리모컨 사수를 이끌어냈다. 이번 시즌은 특별 출연한 스타들도 없었던 터라 더 오붓하게 진짜 가족마냥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모습이 더욱 흐뭇함을 안겼다. 결국 장소를 옮겨 일하고 먹기만 했는데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삼시세끼’. 벌써부터 이 프로그램이 떠난 안방극장이 텅 빈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결코 과한 감정이 아닐 터다. /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