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박스오피스 1위는 김지운 감독의 스릴러 '밀정'다. 압도적 스코어로 순항중이다. 여기에 할리우드 서부극 '매그니피센트 7'이 도전장을 던졌다. '밀정'(9월3일)보다 한 주 늦게 막을 올린 이 영화는 단숨에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면서 추격에 말 달리고 있다. 두 영화 모두에는 이병헌이 등장한다. '매그니피센트 7'은 주연이고 '밀정'에서는 강력한 존재감을 가진 특별출연으로 나섰다. 올 추석 극장가는 이리봐도 이병헌, 저리봐도 이병헌이다.
이병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배우로서의 열정을 갖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동양인 스타들의 할리우드 진출 코스답게 악역으로 출발해서 서부극 주인공까지 꿰찬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그런 그가 2016년 9월, 한국영화 사상 유례없는 명절 극장가 흥행 1, 2위 동시 출연의 신화를 쓰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밀정'은 14일 하루 동안 54만8382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322만6423명을 기록했다. 천만돌파도 가능한 흥행 페이스다. 이병헌은 지난 해 '내부자들'에 이어 연속해서 천만배우의 영예를 노리고 있다. '밀정'을 뒤쫓은 영화의 주인공도 이병헌이다. '매그니피센트 7'은 이날 11만2358명에 누적 15만여명으로 2위에 올랐다. 입소문을 탄 덕분에 점차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밀정'에서 이병헌은 타이틀만 특별출연일뿐, 짧은 출연 분량을 무색케하는 존재감과 비중을 과시했다. 이 영화의 명장면을 단 하나만 꼽으라면 이병헌과 송강호, 그리고 '부산행' 천만 관객의 기운을 타고 온 공유가 한 프레임에 담긴 쓰리샷임에 분명하다. 셋이 함께 모인 아침식사 장면은 이병헌의 영화 속 위치를 잘 설명하고 있다.
‘밀정’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정출(송강호 분)과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 리더 우진(공유 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무게감이 큰 두 배우를 극중 움직이는 중심인물로는 독립운동을 주도하는 의열단장 정채산이 등장한다. 채산 역이 바로 이병헌이고 송강호와 공유를 움직이는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한 마디로 특별출연의 탈을 썼을 뿐, 당당히 쓰리탑의 한 축을 맡았다.
그리고 '매그니피센트 7'. 연기장인의 신작은 늘 새롭고, 짜릿하다. 이병헌은 여섯 번째 할리우드 작품이자 두 번째 서부극, 첫 번째 할리우드에서의 선한 역할을 맡았다. 믿고 보는 그의 액션 연기가 이 영화를 선택하는 많은 관객들의 선택 포인트가 아닐까.
이병헌은 영화 개봉전 기자간담회에서 “어릴 적 선망하던 카우보이를 배우가 돼서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고 밝힌 바 있다. ‘매그니피센트7’는 지난 1906년에 개봉한 레전드 영화 ‘황야의 7인’을 리메이크 작품. 원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서부 영화이지만 다양한 인종의 캐릭터가 뭉친다는 점. 리더는 아프리카계 미국 배우 덴젤 워싱턴이 맡았고, 멕시코 출신의 마누엘 가르시아 룰포 등 다양한 배우들이 합류한 가운데 아시아계 배우로는 이병헌이 활약했다.
지금까지 할리우드 대작들에서 주로 악역을 맡았다면 이번에는 정의로운 역할을 맡았다. 작품은 일곱 명의 무법자들이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화끈한 액션 블록버스터. 이병헌에게는 어릴 적 아버지와 ‘주말의 명화’에서 보며 꿈꿨던 ‘황야의 7인’ 안에 몇 십 년 후 출연하게 된 의미가 있다.
이병헌은 영화 '악마를 보았다'(2010년) '달콤한 인생'(2005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년)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으로 인연을 맺은 '밀정'의 김지운 감독과의 의리로 해당 작품에 출연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송강호와도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호흡한 인연이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이병헌이란 배우를 다수의 작품을 통해 한국의 대표 배우로 만든 김지운 감독은 '밀정'에서도 짧은 분량 안에 기대이상의 존재감을 제대로 녹여낸 바, 그의 깜짝 출연이 보여준 '일당백' 시너지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mcgwire@osen.co.kr
<사진> '밀정'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