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배우 김의성이 요즘 여기저기서 화제다. 스크린에서는 '부산행' 악역으로 관객들 치를 떨게 하더니 TV에서는 'W' 1인2역으로 시청자 화를 돋우거나 감동시켰다. 한 마디로 훌륭한 배우다.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뒤늦게 인정을 받기 시작한 사례에 속한다. 김윤석 류승룡 등을 비롯해 숱한 배우들이 이 길을 밟았고 가는 중이며 노릴 것이다.
십인십색이니 늦깍이 스타 배우라도 해서 모든 게 다 같을 수는 없다. 김의성은 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W’가 동시에 흥행하면서 남들 보다 더 갑작스럽고 뜨겁게 인기인 대열에 합류했다. 연기력만으로 승부를 걸어야하는 무명 배우의 숙명답게 천하에 둘도 없을 악역 캐릭터로 물꼬를 텄다는 사실은 닮은꼴이지만.
그런 김의성이 추석 연휴인 14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알려드립니다. '부산행' 1200만 까지 약 45만명이 남았고, 이제 관객은 하루 1000명대 입니다. 이대로라면 산술적으로 450일 후, 즉 내년 크리스마스때 쯤에나 1200 만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죠. 대단히 안타깝지만 제가 걸었던 공약은 공식적으로 무산되었음을 선언합니다'라고 했다.
그가 얘기하는 공약이란, 자신이 역시 SNS를 통해 걸은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저한테 명존세 하고 싶다는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부산행 1200만 넘어가면 마동석씨한테 한 번 해달라고 할게요'라고 적은 바 있다. '명존세'는 급소인 명치를 세게 가격하는 행위를 뜻하는 유행어다.
여기까지는 다들 웃자고 넘어갔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들의 공약 물결에 이제는 중견 연기파 배우도 합류하는가 했다. 또 SNS로 부지런히 수다를 떠는 모양새도 다른 이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하지만 '공식'이란 말머리까지 달아서 내보낸 이날 SNS 내용은 장난기가 지나쳤다는 느낌이다. 그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어쩔 수 없네요. 올 겨울 '더 킹'(가제) 개봉에 맞춰 더욱 참신한 공약으로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자기 글에 자기가 댓글까지 남기는 여유(?)를 보였다. 김의성의 위트와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부산행'과 'W'에서 보여준 그의 캐릭터와 연기가 이번 SNS 글들로 희석되기 때문이다. 김의성은 네티즌들의 웃음과 호응을 얻었지만 거꾸로 연기파 배우가 주는 아우라와 신비감을 잃고 있다. '천만 요정' 오달수 등 연극 무대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던 배우들이 예능 출연을 극도로 자주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오달수의 경우 극 중에서는 웃기거나 악하거나 달변이지만, 실생활에서 이를 대중과 연결시키지 않는다. 다작을 하는 그에게 이미지 소비는 연기만으로도 넘치는 그렇지 않을까.
악역 캐릭터에 달리는 상징적 댓글을 제외하고 악플이 거의 없던 김의성은 올 추석연휴에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하면서 덤으로 팬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SNS로 너무 떠들다가 한 방에 훅가는 것 아니냐' '배우가 뭔 공약 타령이냐'는 글들이 이어진다. SNS와 댓글 좋아하는 김의성이 한 번쯤 귀기울여 들어야할 얘기들이다./ mcgwire@osen.co.kr
[사진] '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