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글거렸지만 재밌었다. 늘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해온 MBC답게 신선하고 독특한 재미를 선사했다.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MBC 파일럿 프로그램 ‘상상극장 우설리’에서는 네티즌의 댓글로 대본이 완성된 세 편의 드라마가 방영됐다. 다현과 은우가 로맨스와 코미디 장르로 ‘태풍의 전학생’을 완성했고, 주우재와 문지인은 휴먼과 판타지 장르를 가지고 ‘같이 사는 여자’라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끝으로 허경환과 노민우는 ‘가슴행’이라는 독특한 제목으로 미스터리 액션 장르의 드라마를 보여줬다.
세 팀 모두 기대한 것 이상의 작품을 보여줬다. 아무래도 네티즌의 댓글을 뽑아서 대본을 쓰다보니 억지스러운 전개나 낯부끄러운 패러디도 있었지만 그런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웃음을 줬다. 특히 다현이 애니메이션 ‘올림포스의 가디언’을 패러디하는 장면이나 허경환과 노민우가 남자와 남자로 만나서 설레는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 등은 정말 웃겼다.
무엇보다 다현과 은우 그리고 주우재와 허경환은 배우가 아님에도 극의 몰입을 깨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다현과 은우의 경우에는 두 사람의 나이에 맞는 풋풋한 청춘 로맨스로 연기력의 한계를 극복했고 주우재는 8년 차 배우 문지인의 헌신적인 연기지도로 허경환은 타고난 끼와 노민우와의 찰진 호흡을 통해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펼쳤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네티즌의 댓글을 통한 각본의 수준이 높았다. 주우재와 문지인이 연기한 ‘같이 사는 여자’의 경우 처음에는 로맨스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머니와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반전을 줬다. 마찬가지로 허경환과 노민우의 ‘가슴행’도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단순한 코미디처럼 보였지만 미스테리한 반전의 반전을 보여줬다.
‘우설리’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보다 더 적극적인 네티즌의 참여를 요구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단순히 보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내용과 콘셉트에 맞게 무언가 창작까지 해야 한다. 복잡해진 참여 과정이지만 그만큼 참여하는 사람의 기쁨과 재미도 커졌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참여를 유도하는 MBC의 시도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pps2014@osen.co.kr
[사진] '우설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