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극장가의 하이라이트는 '밀정'이다. 지난 7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를 압도하고 있다. '밀정'의 중심에는 송강호가 버티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연기파 로 주목받는 그는 '괴물'과 '변호인'에 이어 자신의 세 번째 천만영화를 겨냥하는 중이다.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국민배우 타이틀을 다는 연기자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송강호는 이론 없이 그 카타고리에 포함되는 배우다. 말 그대로 설명이 필요없는 배우다.송강호가 출연한 작품이라면, 단지 이 '국민 배우'가 선택했다는 이유 만으로 '중요한 작품'이 되고 개봉 후에는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고는 한다. 물론 흥행 성적은 배우의 연기력이나 티켓 파워만으로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유진모 칼럼니스트는 '밀정' 속 송강호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영화 '밀정'의 동기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이 모든 걸 무마하고 다독이며 잘 꿰맞춰 완성하는 것은 바로 송강호의 연기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생존의 본능, 분노와 굴욕, 갈등과 번뇌, 선택과 신념 그리고 믿음의 다양한 감정을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훌륭하게 표현해냄으로써 자칫 겉모습은 완벽하지만 내부설계에 하자가 있는 최첨단 로봇이 될 뻔한 작품을 정말 ‘작품’으로 완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영화 '밀정'은 김지운 감독과의 네 번째 작품이라는 점 외에도 그가 출연한 세 번째 일제강점기 배경 시대극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송강호는 'YMCA 야구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밀정'으로 일제강점기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한 바 있다.
그는 '밀정' 개봉 전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그 시절로 타임슬립을 하는 배우로서의 각오이자 심정을 토로했다. "(일제강점기는) 혼란과 혼돈의 시대가 아닐까요. 좌절의 시대이기도 하고요. 삶 자체가 어찌보면 길기도 짧기도 한 건데 개인의 삶에서 보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긴 시간이죠. 그런 시대를 연기하고 작품을 찍는 것이 다른 작품에 비해서 마음 속에서부터 무게감이 들어요. 가볍지만은 않죠."
사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은 최근 충무로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여겨지기도 할 만큼 많은 작품이 나왔다. '암살'(최동훈 감독)부터 시작해 '대호'(박훈정 감독), '귀향'(조정래 감독), '동주'(이준익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시대를 다룬 영화들이 많아 부담이 있을 수도 있었을 법하다. 특히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다룬 '암살'이 불과 지난해 여름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먼저 성공을 거두지 않았던가. 송강호는 "반복되는 이야기"임에도 "가볍지 않은 시대에 대한 경외감" 때문에 '밀정'을 택했다는 사연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열풍이 전국을 휩쓴 때가 2006년, 그 후로 벌써 11년이 흘렀다. 그 동안 더 두껍고 단단하게 내공을 쌓은 송강호가 '밀정'으로 또 다른 천만에 도전하고 있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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