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신'이 있다면 바로 이들이 아닐까. 대사 없는 대본을 받았는데도 신들린 듯한 애드리브로 드라마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씬스틸러' 김정태, 황석정, 오광록은 천상 배우였다.
16일 오후 방송된 SBS 추석 특집 '씬 스틸러'는 네 개의 드라마 게임으로 구성돼 배우들의 연기 대결을 그린 파일럿 예능이다. 각각 김정태, 바로-민아, 황석정, 오광록이 애드리브 배우로 나섰고 김신영, 정준하, 박해미, 조재현 등이 대본 배우로 맞섰다.
그야말로 센스만점 '웃음 빵빵'이었다. 첫 번째 드라마 '개 같은 날의 오후'에서 비리 형사를 맡은 김정태는 상대 배우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애드리브 연기로 극을 채웠다.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애드리브 대사를 치는 그를 보며 베테랑 선배 조재현마저 혀를 내둘렀다.
황석정 역시 마찬가지. 박해미와 함께 '여배우 둘'을 이끌어야했는데 대본 리딩 때와 달라진 박해미의 캐릭터를 단숨에 캐치하고 바로 상황을 역전시켰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그의 애드리브에 안방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누리꾼들이 선택한 최고의 '씬 스틸러'는 오광록이었다. 마지막 작품인 '수상한 광록 시'에서 시인으로 분한 그는 다소 난감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순간적인 재치로 자작시를 완성했다. 김정태와 함께 만든 '부에노스아이레스', '오광록시인' 등의 5행시는 웃음 그 자체였다.
모처럼 마음껏 웃을 수 있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추석 특집 파일럿 예능이라는 게 아쉬울 정도. 게다가 연기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진짜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 불꽃 튀는 리얼 연기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니. 일회성으로 그치기 아쉬운 포맷이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반응도 무척 좋다. 관련 기사에는 "웃다가 끝났다"는 호평이 도배를 이룬다. 이미 정규 편성이 됐을 때 출연했으면 하는 배우들의 이름도 잔뜩 보인다. 성동일, 유해진, 오달수, 마동석, 라미란 등이 그 주인공.
'씬 스틸러'가 시청자들의 응답에 정규 편성으로 화답할지 기다려 볼 일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씬 스틸러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