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공유시대’라는 말이 있다. 마치 공식처럼 영화 둘, 드라마 하나가 흥행하면서 얻은 지난해 배우 유아인에 이어 2016년의 신드롬은 단연 공유다. 천만 돌파, 500만 돌파 그리고 최고의 스타작가 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안방극장까지 점령할 대세의 흐름이 쭉 이어지고 있는 것.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공유는 다소 피곤한 얼굴로 나타났다. 컨디션을 염려하니 최근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는 답변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과 여’, ‘부산행’, ‘밀정’ 그리고 드라마 차기작까지 쉴새없는 스케줄을 소화 중. 그러나 인터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피곤함은 어디 갔냐는 듯 위트 있는 답변으로 한 시간을 빵빵 터트린 그다.
올해 흥행에 대해서는 운이 좋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2016년 최고의 흥행작 ‘부산행’을 흥행으로 이끈 주역임에도 겸손한 답변이었다. 두 달 만에 새 영화 ‘밀정’을 들고 기자들과 만난 공유는 인터뷰를 자리를 빌려 천 만 돌파 소감을 전했다. 기쁨의 포효보다는 차분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답변이었다.
“마음속으로 만세 했다.(웃음) 말을 조심하게 되는 게 저희 ‘밀정’ 팀과 홍보 활동을 하면 계속 저를 놀리신다.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가 ‘천만배우가 있어서 걱정이 없다’, ‘안 되면 공유 탓’이라고. 이번 흥행에 대한 마음은 ‘부산행’ 때와 똑같다. 그래서 그때와 같이 500만으로 하겠다. 사실 이런 질문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인터뷰 당시 바랐던 흥행 스코어인 500만 관객은 17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넘어섰다. ‘부산행’ 흥행에도 기쁨의 포효보다는 차분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답변을 전했던 공유였던 바. 이번에도 겸손하고 주변인들에게 공을 돌릴 그의 반응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그도 그런 것이 최근 그의 스케줄은 스스로 “아이돌도 아닌 것이”라고 비유했을 만큼 바쁜 스케줄. 진부한 표현일 순 있지만 앞에 주어진 일들 차곡차곡 해내다보니 흥행이 따라왔다는 설명이 딱 적합했다.
“데뷔 이후 가장 바쁘다. 제일 좋은 건 좋은 장르와 각각 다른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다. 행복하다. 몸은 좀 힘들지만 작품의 흥망에 상관없이 오랫동안 지지하는 팬과 대중에게 배우로서 내 책임과 의무를 다한 것 같은 뿌듯함이 있다. 팬들은 애교 섞인 투정을 하곤 한다. 바빠서 좋고 많이 봐서 좋은데 무대인사 따라다니기가 옛날에 젊어선 했는데 힘들어서 못해먹겠다고 하는데 너무 이해한다.(웃음) 물결 탈 때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오겠나.”
가을이 지나고 뽀얀 입김이 나올 때쯤 공유는 브라운관으로 돌아온다. 불패흥행을 달성하고 있는 ‘스타작가’ 김은숙 작가의 신작 ‘도깨비’를 통해서다. 공유를 설명하는데 있어 로맨스 장르는 빼놓을 수 없는 바. 지난 2007년 방송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연기했던 최한결 역은 그의 인생 캐릭터 중 하나이자, 국내 역대 로맨틱코미디 남자주인공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프’는 그렇게 대박이 나지 않았더라도 저한테 똑같았을 거다. 현장에서 그런 재미를 느낀 현장이 없었다. 그건 저의 운이기도 할뿐더러 거기 모인 사람들의 운이 잘 융화됐던 것 같다. 그건 진짜 혼자 힘으로 어떻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거기 있던 배우 하나하나 개인이 잘되고자 했던 사람이 없었다. 모두 마음이 똑같았다. 내 앞에 상대가 잘되길 바랐던 마음이다. 그렇게 거절했다가 오케이 하고 드라마를 했는데 너무너무 고마웠다. 대박이 났기 때문에 이걸 안했으면 후회하는 게 아니라 이런 사람들을 못 만나고 이 과정을 배우로서 못 느꼈을 것에 대한 후회일 거다. ‘커프’는 그렇게 기억되는 드라마다. 이제 제가 찍을 ‘도깨비’가 그랬으면 좋겠다.”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 첫 케이블채널 tvN에 도전하는 공유이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김은숙 특유의 대사를 담백하게 살리는 것. 자신이 나이가 많아 이해력이 달린다며 자책하는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저 스스로 생각의 정리가 안 된 상황에서 대본리딩 현장에 갔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 불안했다. 다행히 첫 대사를 하자마자 작가님이 좋아해주셔서 되레 제가 부담주시지 말라고 얘기했던 것 같다. 뭘 해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작가님만의 톤이나 대사의 리듬감이 있는 것 같다.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데 이 리듬감을 어떻게 하면 오글거리지 않고 담백하지 않게 살릴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제몫인 것 같다. 제가 이제 늙긴 늙었다고 생각하는 게 대본을 봤을 때 빨리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더라. 이동욱 씨에게 물어보고 있다. 그런 부분을 제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주부터 ‘도깨비’는 촬영에 돌입했다. 반사전제작으로 제작되는 만큼 일찍 촬영을 시작한다지만 영화에 비하면 드라마는 빠듯한 촬영 스케줄인 것이 사실이다. 판타지 장르이다 보니 CG 등 후반작업이 필요하고, 해외 촬영도 있다. 이에 공유는 작품이 완성도 있게 대중에 선보일 수 있도록 초반부터 달리자며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내가 꼭 영화의 중심에 있지 않아도 내가 진짜 재미를 느끼는 틀 안에 들어가서 재밌게 느낄 수 있는 롤이 중요하지 크기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이 특별출연이든 조연이든 말이다. 저도 이제 점점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 저도 언젠가 강호선배 나이가 될 것 아닌가. 나이가 들어가는데 속도가 늦더라도 조금씩 발전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다.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는 배우만 안 됐으면 좋겠다. 발전이 스스로 없다고 느껴질 때 스스로가 배우라는 것을 밀어낼 것 같다.” / besodam@osen.co.kr
[사진]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