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재훈의 말장난 애드리브를 '방구나 먹어라'로 맞받아치는 'SNL' 호스트가 몇이나 있을까. '대세 중의 대세'로 떠오른 양세형은 확실히 여러 콩트에서 두루 활약하며 그 진가를 새삼 확인케했다. '개그맨'에게 기대하는 호스트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고도 남았던 시간이었다.
지난 17일 방송된 tvN 'SNL코리아8'은 양세형 호스트 편으로 진행됐다. 오프닝 무대부터 특유의 양세바리 댄스를 신동엽과 탁재훈의 요구에 따라 한국, 일본, 중국, 북한 버전으로 각각 소화한 것은 '양세형 쇼'의 서막에 불과했다.
영화 '부산행'을 패러디한 '추석행'에서는 취준생 좀비로 등장해 좀비 분장과 연기, 그리고 웃음 사냥까지 성공했다. 호스트인데도 불구하고 역할이 크지 않았지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시동을 제대로 걸었다.
유세윤과의 호흡은 역대급이 맞았다. 콩트 '게임폐인은 연애중'이라는 타이틀로 각각 게임폐인(양세형)과 오덕후(유세윤)로 맞닥뜨린 두 사람은 여자인형을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해 웃음을 자아냈다. 스파이더맨 키스, 스콜피온 키스를 주거니 받은 양세형과 유세윤은 각자의 역할을 실제처럼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하이라이트는 '미생'을 패러디한 '미생 웨이터'. 회사가 아닌 나이트로 인턴을 떠난 양세형은 '양그래'로 분하며, '미생' 장그래의 에피소드를 차례로 밟아 반가움을 더했다. "뭐가 보기 드문 청년이라는 겁니까", "모르니깐 가르쳐 줄 수 있잖아요", "'우리애'라고 했다" 등 '미생'의 주옥같은 명대사는 양세형 표 코믹 버전으로 확실하게 부활했다.
탁재훈의 지나친 애드리브로 호스트를 매회 당황하게 만들었던 '새터데이 나이트라인' 역시 양세형에게는 뛰놀수 있는 코너였다. '금값 배추'라는 안하무인 캐릭터로 등장한 양세형은 탁재훈의 말을 받아치며 그를 오히려 당혹스럽게 했다. '개인적인 양세형의 값'을 묻는 질문에는 자세까지 고쳐앉으며 "중간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까부는 순간 핵비호감이 되기에 수위 조정하는 타임"이라는 말로 행여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을 차단했다.
'수위조정을 잘 하는 개그맨'이라는 수식어가 양세형을 따라다니는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준 순간이었다. 개그라는 특성을 빌미로 자칫 선을 넘어 일순 '비호감'으로 낙인찍히는 일이 빈번한 개그계에 '웃기면서도 호감형'인 이는 많지 않다. 그 중심축에는 '양세바리' 양세형이 확실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 gato@osen.co.kr
[사진] 'SNL코리아8'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