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은 좀비들이 탄 기차로 시작해서 무너진 터널로 마무리됐다. ‘터널’은 많은 사람이 휩쓸리고 영향을 많은 재난을 그리고 있다기보다 조난을 그린 것이 정확한 표현이지만 그 조난을 둘러싼 영화 속 풍경들은 재난이라고 칭하기 충분한 영화였다. 한국영화에서 인상 깊게 재난을 다뤘던 영화들을 찾아봤다.
# ‘괴물’
‘괴물’은 한강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물로부터 가족을 구하려는 고군분투가 담긴 영화다. 봉준호가 만든 괴수 영화로 높았던 기대를 충족시켰던 영화다. 생각보다 수준 높은 괴물이 그려졌다.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등이 탄탄한 여기로 뒷받침했다.
‘괴물’은 미군에서 실제로 독극물을 한강에 방류한 사건을 기초로 했다. 한강에 괴물이 등장한 이후 대처 방법 등을 통해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였다. ‘괴물’은 한국 사회의 무사 안일주의와 차별의식 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과연 진짜 괴물이 누구인가 하는 물음을 던졌다. 여전히 ‘괴물’이 던진 물음은 유효하다.
# ‘연가시’
‘연가시’는 괴담과 영화가 적절한 시기에 만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꼽등이와 연가시라는 소재를 잘 활용해서 사실적인 재난 영화로 만들어냈다. 연가시에 감염된 사람들은 끊임없이 물과 음식을 마시다가 결국 죽고 만다. 더 이상의 감염을 막기 위해 국가에서는 그들을 격리하고 물놀이에 갔다가 연가시에 감염된 가족을 살리기 위한 김명민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연가시’가 재난 영화로서 무서운 지점은 일상을 두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늘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물을 통해 전염된다는 설정 자체가 두렵게 그려진다. 연가시가 생긴 원인을 파고들어 가다 보면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나온다는 것이야말로 ‘연가시’의 현실적인 면이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돈벌이로 생각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 ‘타워’
불타는 고층 빌딩에 갇힌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타워’는 불타는 고층 빌딩에 갇힌 사람들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타워’는 재난 영화로서 몰입감을 해치지 않는 정도의 컴퓨터 그래픽과 볼거리를 제공했다.
‘타워’는 영화로서 새로운 면을 관객에게 많이 보여주지 못한다. 할리우드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고 소방수들의 희생과 무능력한 상류층과 결정권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로서 감동과 한국 사회의 시스템의 부조리함에 대해 충분히 짚고 있는 재난 영화다.
# ‘해운대’
초대형 쓰나미가 부산을 덮친다면 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영화다.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민기 등 화려한 출연진들이 가진 여러 가지 사연과 쓰나미라는 재난이 어우러지며 관객을 울렸다.
‘해운대’는 2009년을 강타하며 천만 흥행을 기록했다. ‘해운대’ 이후에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으로 또 한 번의 천만 영화를 탄생시켰다. 한 번도 만들기 힘든 천만 영화를 두 편이나 만들어낸 윤제균 감독의 역량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osenstar@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