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양세형이 무려 10년여의 공개 코미디 경험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시청자들의 인정을 받았다. 예능에도 장르가 있는데 양세형은 이른바 깐족 캐릭터로 수위를 넘나드는 발칙유쾌한 캐릭터다. '덕후' 이미지까지 장착한 양세형의 방송 지분이 앞으로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지난 17일 방송된 tvN 'SNL코리아8'은 양세형 호스트 편으로 진행됐다. 오프닝 무대부터 양세바리 댄스를 신동엽과 탁재훈의 요구에 따라 한국, 일본, 중국, 북한 버전으로 각각 소화하며 시작한 양세형은 특유의 예능감에 빛나는 애드리브를 더해 시종일간 웃음 폭탄을 날렸다.
이날 양세형은 영화 '부산행'을 패러디한 '추석행', '게임 폐인은 연애중', '미생'을 패러디한 '미생 웨이터' 등의 코너를 꾸몄다.
특히 '게임폐인은 연애 중'에서는 양세형 추억의 캐릭터가 등장했는데,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양세형이 선보였던 게임 폐인이다. 게임에 미친 덕후 양세형은 "자리 주삼"을 외치며 PC방에 들어와 자리에 앚은 후 격정적으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눈 밑에 그린 다크서클이나 게임폐인과 오덕후(유세윤)로 맞닥뜨린 두 사람이 여자인형을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등의 모습이 보기만 해도 웃음을 자아냈다.
탁재훈과의 만담 코너에서는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뉴스' 코너에서 배추 탈을 쓰고 등장한 양세형은 여럿 난감한 질문에 "당신이라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듣고 싶은 대답이 뭐냐"고 되물어 탁재훈을 당황시켰다.
tvN '미생'을 패러디한 '미생 웨이터'에서는 '양그래'로 분해 '미생' 장그래의 명대사들을 읊어 재미를 더했다. "뭐가 보기 드문 청년이라는 겁니까", "모르니깐 가르쳐 줄 수 있잖아요", "'우리애'라고 했다" 등 '미생'의 주옥같은 명대사는 묘하게 최근 방송된 MBC '무한도전-무한상사'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김없이 셀프 디스도 등장했다. 방송 말미 신동엽은 양세형에게 앞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다시는 시청자들 실망시키지 말라"고 충고했다. 이에 양세형은 양옆에 자리잡은 탁재훈과 신동엽을 가리키며 "너도, 너도"라고 답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특유의 캐릭터로, 그리고 '무한도전'의 버프로 최근 대세로 떠오른 양세형의 활약은 확실히 방송-예능계에서 단비같이 반가운 면이 있다. 한 번의 굴곡을 거친 그에게는 시청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호감 이미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 nyc@osen.co.kr
[사진] 'SNL코리아8'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