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에겐 코믹한 상황극이나 콩트가 워낙 익숙한 장르다 보니 시트콤이나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꽤 많다. 지금이야 '국민 MC'로 불리고 있는 유재석도 MBC '무한도전' 외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코믹한 연기를 참 많이 보여주곤 했다.
그런 그가 최근 웃음기를 쫙 뺀 정극 연기에도 도전, 놀라움을 자아냈다. 바로 지난 3일과 10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무한상사'를 통해서다. '위기의 회사원'이라는 부제가 붙었던 이 '무한상사'는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와 '라이터를 켜라'의 장항준 감독이 의기투합해 만든 스릴러 장르물이다.
'무한상사'에서 유재석은 권전무(지드래곤 분)로 인해 죽을 위기에 처하는 위기의 유부장을 연기했다. 극 초반 박진감 넘치는 추격 장면부터 몰입도 높은 연기를 보여줬던 유재석은 권전무의 비밀을 파헤치고 진실을 폭로하려는 과정에서 섬세하면서도 안정적인 감정 연기로 극적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극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상당했을텐데도 전혀 그런 기색 없이 배역에 완벽히 몰입한 유재석은 정극 배우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사실 유재석은 최근까지도 '무한도전'을 통해 연기에 도전을 해왔다. 이전의 '무한상사'와 같은 상황극은 기본이고 지난 2월 종영된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도 출연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리고 이번 '무한상사'에서는 웃음기를 모두 걷어내고 스릴러 장르물다운 분위기 형성에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유재석은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주차장 추격신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체력을 소비했다. 촬영 당시 폭염으로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땀범벅이 되는 상황 속에서도 유재석은 불평 한 마디 없이 최선을 다해 뛰고 또 뛰기를 반복했다. 이에 유재석은 이 장면을 가장 힘들었던 촬영으로 꼽기도 했는데, 이 덕분에 '무한상사'는 극 초반부터 영화같은 퀄리티를 자랑할 수 있었다.
정극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보인 유재석. 그의 연기 도전史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무한도전'이 꽃피운 유재석의 연기력 재발견이 참 반갑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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