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의 사랑스러운 집착(?)이 김유정을 ‘남장해제’ 시켰다. ‘구르미 그린 달빛’ 속 두 사람이 결국 남자와 여자로 마주하는 순간을 맞이한 것. 이 포기를 모르는 남자의 넘치는 박력과 샘솟는 귀여움에 시청자들은 이미 무장해제다.
혹자는 이야기했다. 집착은 사랑이 아니라고. 그런데 박보검이 하는 집착은 양과 질이 달랐다. 연모하는 이를 곁에 두고자 하는 간절함에서는 진심이 진하게 묻어났고, 이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박보검 특유의 눈빛연기를 통해서 극대화 됐다. 신분 차이는 가볍게 압도해버릴 것만 같은 직진 로맨스다.
이 못 말리는 ‘엔딩요정’은 결국 또 역대급 엔딩 신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19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9회 말미에는 이영(박보검 분)이 남장을 벗고 여인의 모습으로 선 홍라온(김유정 분)과 마주 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의 줄거리는 이렇다. 이영은 라온에게 마음을 고백을 한다. 이미 라온이 여성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털어놓으며 자신이 연모하는 마음을 품고 있음을 밝힌 것. 하지만 이에 라온은 뒤로 물러난다. 고개 떨군 채 눈물까지 흘렸다. 그는 “난 여인이 맞다. 하지만 여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면서.
이후 라온은 영을 피해 다니다가 결국 출궁을 시켜달라고 청하며 이영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이에 이영은 충격을 받고, “끝까지 모른 척 할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줄 수 없겠느냐. 여기 내 옆에서”라며 라온을 잡았다.
이영은 비밀스러운 수화까지 동원하면서 홍라온의 마음을 돌리고, 결국 라온은 이영의 곁에 남기로 결정하게 됐다. 서로의 정체와 진심을 확인한 두 사람이었기에, 둘이 있을 때만큼은 아무것도 숨길 필요가 없었고, 마지막 장면에서 남자와 여자로 마주서게 된 것이다.
행여 피해를 줄까 그 곁을 떠나려고 했던 라온(김유정)을 잡은 것은 이영의 간절함이었다. 남자는 확실할 때 섹시한 법. 박보검은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가지고 박력 있게 밀어붙이는 이영을 제법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홍라온은 물론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제대로 사로잡고 있다.
두 사람의 열연과 함께 영상미도 ‘열일’했다. 서로 솔직한 모습으로 마주한 마지막 엔딩신부터 석양을 배경으로 마주한 두 사람이 안타까운 대화를 나누는 장면, 이영의 간절한 수화와 이를 바라보는 라온의 모습 등이 궁궐 로맨스에 맛을 제대로 더한 것.
박보검의 직진에 과감한 결정을 내린 김유정. 둘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구르미 그린 달빛’이 점차 진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joonamana@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