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에만 세 번을 차였다. 거절하는 마음을 알면서도, 고백하는 입장에서는 더 앞으로 나아가기 저어되는 상황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의 이야기다. 그래서 그가 포기했냐고? 외려 차이면 차일수록 고백의 농도가 짙어질 뿐이었다.
지난 19일 방송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홍라온(김유정 분)을 향한 이영(박보검 분)의 끊임 없는 구애가 이어졌다.
초반부터 몰아치는 이영의 고백 러시는 시청자들도 ‘심쿵’하게 했다. 그는 라온이 여자였음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 놓으며 “내가 가마에 편히 앉아있을 때 너는 걷고, 내가 걸을 때 너는 팔이 떨어져라 일산을 들고 서 있었지. 나는 비단 위에 앉고 넌 흙 묻은 자리에 앉으면서 어찌 여인으로 아낀다 말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솔직한 심정을 꺼내 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여인으로 대할 것이라며 한 명의 남자로서 정인을 바라보는 이영의 절절한 마음은 라온과 맞잡은 손으로 전달됐다. 이영과 라온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넘쳤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이영은 라온을 볼 때마다 고백했고, 라온은 받을 때마다 거절했다. 이따금 화가 올라올 때도 있었지만, 이영은 참고 또 마음을 전했다.
이처럼 가시덤불 가득한 사랑길만 걷던 이영은 수화로 공개 아닌 공개 고백을 하게 됐다. 굳게 닫혔던 라온 마음의 빗장이 결국 열렸다. 네 번째 고백에서야 라온은 이영의 감정을 받아 들인 것이다.
이영의 매력은 직진에 직진을 거듭하는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개 극 중 이영처럼 모든 것을 다 갖춘 캐릭터들은 연애의 기술을 자유자재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이영은 순수 그 자체였다. 매번 정인의 마음을 구할 때마다 허락을 받았고, 기다렸고, 제안했다. 그 서투른 마음은 라온은 물론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움직이기 충분했다.
출궁한다는 소리에 심장이 내려앉은 듯 슬픈 얼굴을 하던 이영이 끝내 웃었다. 꽃그네를 탄 두 사람이 떠나지 말고 서로의 곁에 있을 수 있길 바라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