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반기 수목극 대격돌이 또 한 번 시작됐다. 분위기와 색채는 조금씩 다르지만, 사랑 이야기가 극의 중심이라는 점은 같다. 가장 먼저 방영 중인 ‘질투의 화신’이 본격 삼각관계를 그려내며 화제 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함부로 애틋하게’ 후속작 ‘공항가는 길’이, ‘W’의 배턴을 이어 받은 ‘쇼핑왕 루이’가 시청자들을 만난다.
우선 KBS 2TV ‘공항가는 길’과 MBC ‘쇼핑왕 루이’의 맞대결은 가장 눈길이 가는 이슈다. ‘멜로 여신’ 김하늘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안방극장 복귀작 ‘공항가는 길’은 결혼한 두 남녀가 감정적 위로를 주고 받는다는 내용의 정통 멜로다. 막 선선해진 가을 날씨와 어울리는 쓸쓸하면서도 고독한 분위기가 보는 이들의 가슴에 젖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기혼 남녀 사이의 애정을 다루는 탓에 방영 전부터 불륜이 아니냐는 논란 아닌 논란을 불렀다. 출연진과 제작진은 입을 모아 드라마 속 사랑을 불륜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주인공들이 나누는 위로에 집중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바다. 일각의 불편한 시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나, 이를 타개하는 것은 ‘공항가는 길’의 몫일 터다.
반면 ‘쇼핑왕 루이’는 기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구조를 따르되 독특한 터치가 가미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쇼핑이 인생의 낙인 도련님이 갑자기 기억을 잃고 꽃거지가 된다는 설정은 유치한 듯하면서도 흥미롭다. 특히나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출중한 캐릭터 소화력은 물론 누구와 붙어도 생성되는 ‘케미’를 자랑하는 서인국의 열연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쇼핑왕 루이’의 불안 요소는 경쟁 상대들이 몹시 큰 산이라는 점이다. ‘공항가는 길’에는 김하늘이, SBS ‘질투의 화신’에는 공효진·조정석 콤비가 버티고 있는 상황. 서인국의 어깨가 무거워진 가운데 코믹 연기의 달인 윤상현의 활약이 주목된다.
한편 ‘질투의 화신’은 한창 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중이다. 우선 ‘로코 장인’ 공효진과 조정석의 합이 기대 이상으로 빛나고 있는 데다가, 고경표 역시 두 사람 사이에서 지지 않고 삼각관계의 무게추 한 측을 담당하고 있다. 극 중 생동하는 캐릭터와 공감도 높은 이야기 전개 덕에 24부작도 짧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질투의 화신’ 역시 안심할 수만은 없다. 상승세라고는 해도 지난주까지 경쟁작과 시청률 차이를 크게 벌리지는 못했다. 또 질투라는 주제를 3대에 걸쳐 풀어내려다 보니 상당히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다소 산만하다는 인상을 줄 때도 있다. 그 가운데서도 빨강(문가영 분)과 치열(김정현 분), 대구(안우연 분)이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이들의 감정선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이 따르고 있다.
각자 장단점이 뚜렷하다보니 세 드라마의 대결이 주목을 끌 수밖에 없다. 과연 처음 승기를 잡는 드라마는 무엇일까. 승패와 관계 없이, 시청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듯하다. 재미있어 보이는 드라마가 줄을 이어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각 드라마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