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강 블루스’는 세련되고 멋있지 않다. 집도 없고 모자란 점을 가지고 있는 노숙자들이 한강을 떠돌며 살아가는 이들을 흑백으로 그려냈다. 이 모자란 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딘지 짠하고 치유 받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오늘(22일) 개봉한 ‘한강 블루스’는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만든 지 2년 만에 개봉했고 흑백 영화다. 일단 지금까지 영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한강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이 주인공이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이무영 감독의 영화답게 독특한 요소들이 많이 버무려져 있다.
‘한강 블루스’는 흑백 영화이고 스펙터클이 없기에 지루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장효(봉만대 분)와 명준(기태영 분)의 묘한 브로맨스, 추자(김정석 분)와 마리아(김희정 분)의 코믹한 기 싸움, 4명의 노숙자에게 발생하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건들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고 속에서 4명의 노숙자는 각자 살아갈 이유를 발견한다. 그 과정은 감동적이다. 힘들고 모자란 이들이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위로하고 도와주기 때문이다.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놓치고 살았던 우정과 배려 등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준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제 몫을 다한 배우들이 감동을 더 한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난 기태영은 신선하다. 트랜스젠더라는 어려운 역할을 맡은 김정석은 비하나 과장된 연기 없이 자연스럽다. 김희정은 분량은 많지 않지만, 감정의 극단을 오가는 어려운 연기를 펼쳤다. 그리고 이들을 품어주는 연기를 감독 출신 봉만대가 보여주며 영화를 완성한다.
'동주' 이후 오랜만에 흑백영화 특유의 감성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영화로 치유와 위로가 필요한 관객에게는 치료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pps2014@osen.co.kr
[사진] '한강블루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