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PPL(극 중에 상품을 노출시키는 간접 광고)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이들의 몰입을 깨는 불청객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아무리 자연스럽게 녹이려 해도 극 분위기와 상품 이미지가 맞지 않으면 그저 어색함만 남을 뿐이다. 그런데 ‘질투의 화신’ 공효진과 조정석이 뜬금 없는 PPL까지 살려냈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질투의 화신’에서는 사내 연애중이라는 소문으로 들들 볶이던 이화신(조정석 분)과 표나리(공효진 분)가 돌연 함께 화장품 가게로 들어가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조금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단박에 PPL임을 알아챘을 대목이다. 방금 전까지 동료들과 한바탕 머리를 쥐어 뜯고 나온 나리가 화신을 턱짓으로 불러내 이끈 곳이 화장품 가게라니. 화신이 “너 돌았냐”고 물을 만큼 갑자기 실실 웃던 나리는 도발적으로 화신의 목에 팔을 감는다. 자칫 캐릭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제작진의 피나는 노력도 짐작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치고박고 싸운 뒤 분위기 전환을 위해 화장품 가게로 가서 이것저것 발라봤다고 하면 말이 된다. 나리가 공공장소에서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화신의 목덜미에 매달린 것도 그의 사원증을 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면 수긍이 간다. 그럼에도 ‘PPL은 PPL’이라는 인상이 남을 법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생명력을 얻었다. 시청자들 가운데서는 PPL인줄 몰랐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완벽히 이화신과 표나리로 변신한 조정석과 공효진 사이의 케미 덕이다. 화신은 사내 연애 소문이 싫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나리를 걱정하는 이중적 감정을 찌푸린 미간과 애틋한 눈빛의 대비로 표현했다. 나리는 화신 시점에서 전개되기 시작한 이 지독한 질투 이야기의 자극제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때문에 그냥 두 사람이 붙어서 말만 섞어도 케미가 돋아난다. PPL까지 살려낼 정도니 말 다 했다. 이쯤 되면 공효진과 조정석 커플을 2016년 최고의 케미 제조기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bestsurplus@osen.co.kr
[사진] ‘질투의 화신’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