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정진우가 주인공이었다. 그의 자작곡을 듣기 위해 SBS 'K팝스타5'를 시청했고, '결국엔 소용없었어, 내겐 모든 게 너였어'라는 구절을 듣기 위해 '위성'을 무한 반복했다. 타고난 실력을 갖춘 그가 이제는 가수가 됐다. 그의 노래를 마음껏 들을 수 있어 기쁘다, 정말로.
올 4월 종영한 'K팝스타5'에서 천재 뮤지션으로 강렬하게 눈도장을 찍은 정진우가 드디어 데뷔했다. 5개월 만에 세상에 나온건데 보통 연습생들이 오랜 시간을 거치는 것과 다른 행보다.
정진우는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데뷔를 준비하는 내내 재미있었다. 연예인이 되는 거니까"라며 신인의 당찬 면모를 드러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품어온 그이기에 이상할 것도 없다.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온 검증된 가수라는 말이다. 정진우는 "앞으로 감성 깊고 리듬감 있는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계획을 전했다.
마주 앉은 정진우는 독특했다. 신인으로서 준비된 멘트를 하거나 자신을 치장하는 게 아니라 투박하게, 거침없이 생각을 전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음악에 대해 고민하면서 밖으로 꺼낸 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했다.
"'K팝스타'는 저라는 사람을 입증한 프로그램이다. 저는 자존감은 높은 사람이라서 지금껏 제 음악이 싫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음악은 가수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노래를 듣고 좋아해줘야 존재의 가치가 있다. 그동안 저 혼자 만들고, 지인을 제외하고는 반응을 확인할 길이 없었는데 방송을 통해 제게 관심을 갖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보고 (실력을)입증했다. 많이 배웠다."
정진우의 부모님은 아들이 가수를 하겠다고 밝혔을 때 큰 반대를 하지 않았다고. 되레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지지를 보냈다. "저는 막연하게 세 살 때부터 가수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돌잔치에서 마이크 잡았다고 하더라.(웃음) 어릴 적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늘 '가수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 같다"며 꿈을 이룬 것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K팝스타'에서 '위성'을 비롯해 '유복하게 살았는데' 'No Fairy Tales' 등 평소 갈고닦은 실력을 화려하게 선보일 수 있는 자작곡들을 불러 심사위원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 대표로부터 훌륭하다는 극찬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의 '올 패스'로 화제를 모았다.
세 심사위원들에게 데뷔 축하 메시지를 받았느냐고 묻자 그는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 선생님들이 제게 관심도 없으신 것 같다. 출연진과 심사위원들이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나중에라도 알아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답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K팝스타3' 출신인 (권)진아도 최근 데뷔를 했다. 경쟁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제가 이번에 잘 안 된다면 저희 회사에서는 속상해하실 것 같다.(웃음) 진아와 요즘에도 연락을 하며 지낸다. 앨범 중에 '끝'과 '쪽쪽'이 좋더라. 서로 '데뷔 축하한다'고 연락했다."
정진우는 프로그램 종료 후 정엽, 나얼, 버즈, 빅마마 민혜, 수상한 커튼, 에코 브릿지 등이 속한 인넥스트트렌드에 둥지를 틀었다. "이 회사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 선배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그 분들의 음악을 접했고 좋아했다"고 회사를 택한 이유를 전하기도 했다.
"앞으로 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데뷔 후)예전의 저와 달라졌다고 해서 왜곡된 시선으로 봐주지는 않길 바란다. 지금의 모습도 결국 나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
'K팝스타3' 탈락 후 시즌5 재도전에 이르기까지, 오래 기다려온 시작. 깊이 고민해 내놓은 데뷔 앨범이니 뚜렷한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차트킹' '괴물신인'이라는 수식어를 얻고 싶다든가, 가수로서 눈에 띄는 결과 같은 것들 말이다.
"차트 줄 세우기, 1위 등 이런 것들은 너무도 거대해서 기대도 안했다. 앞으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색깔이 뚜렷한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 사람들에게 '정진우 노래 듣고 싶다'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다."/ purplish@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