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배우병’은 없었다. 영화 ‘아수라’ 주역들이 ‘무한도전’에 출연해 거침 없이 망가지고 즐겼다. 한바탕 놀고 가겠다는 마음가짐이 느껴진 방송이었고, 이들의 꾸밈 없는 진솔한 매력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아수라’를 이끈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김원해가 출연했다.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자리였지만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이들의 솔직한 매력과 입담을 만나는 시간이었기 때문.
양세형에게 이마를 맞고 주저앉은 주지훈부터 시종일관 솔직한 모습으로 웃음을 안긴 정우성, ‘무한도전’에 출연한 게 출세라며 신기해 하는 해맑은 곽도원, 그간의 무게감은 내려놓고 귀여운 매력을 뿜어댄 정만식 등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흔히 말하는 ‘배우병’과는 거리가 먼 배우들이었다. 쭈뼛쭈뼛하는 모습은커녕 사석을 엿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말 많은 남자들이 가득했다. “우리가 ‘무한도전’과 다를 게 뭐가 있냐?”라는 정만식의 말처럼 허점 가득한 이 남자들의 추격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될 정도.
사실 ‘아수라’ 출연 배우들이 ‘무한도전’에 출연한 것은 영화 홍보를 위한 장이 필요했기 때문. 국민 예능프로그램으로 불릴만큼 큰 인기와 화제성을 가진 프로그램이기에 평소 예능에서 보기 힘든 배우들이 한가득할 수 있었다. 홍보를 위한 목적이었지만 영화 홍보는 뒷전이었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민망한 분위기 속에서도 극중 연기를 하고 멤버들이 시키는대로 다 하는 열정적인 모습은 배우와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확 높였다. 작품 속 무게감 있는 모습도 멋있지만, 친근한 인간미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재지 않고 ‘무한도전’ 앞에 나선 배우들의 매력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며 굳이 영화 소개를 하지 않아도 홍보 효과를 높이는 이유가 됐다.
‘무한도전’이 아닌 어느 프로그램에서 이들이 이마를 맞고 막춤을 추며 망가진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11년간 방송되며 예능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불리는 ‘무한도전’이니까 이들이 작정하고 솔직하게 망가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터다. ‘무한도전’이라서 편안한 분위기 속 좀 더 내려놓는 방송을 했고 덕분에 이 프로그램에 함께 한 배우들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방송 이후 이어지는 중이다. 11년간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기느라 끊임 없이 달려온 프로그램이기에 누려도 시청자들이 오히려 열광하는 용인 가능한 특권이기도 하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