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잘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보면 볼수록 놀라게 된다. 배우 송윤아가 tvN 금토드라마 ‘The K2’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으로 변신, 매 순간 미세한 표정 변화에 시청자들이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들고 있다. 연기 잘한다는 말조차 이젠 두 말 하면 잔소리가 된 송윤아의 연기 내공이 ‘The K2’의 미친 몰입도를 만드는 중이다.
‘The K2’는 대선 후보의 아내인 최유진(송윤아 분)이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친정인 재벌 그룹을 차지하고자 발악하면서 최강 용병 출신 경호원 김제하(지창욱 분)와 의붓딸 고안나(윤아 분)와 대립하는 이야기. 이야기의 중심에 악역인 유진의 살벌한 권력과 재력 투쟁기가 담겨 있다. 첫 방송부터 섬뜩한 이중적인 면모를 뿜어대는 유진을 연기한 송윤아는 눈과 입꼬리가 흔들리는 미세한 표정 연기로 등장인물을 손쉽게 소개해버렸다. 별다른 말보다 유진의 지극히 이기적이고 포악스러운 성향이 송윤아가 표현하는 얼굴과 자세에 다 녹아 있었기 때문.
1998년 ‘미스터큐’ 이후 18년 만에 악역을 맡은 송윤아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배우의 표정 하나만으로도 인물이 가진 성향을 단박에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 초반부터 유진이의 표정에 맞춰 그가 앞으로 꾸밀 악행들을 추측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지난 24일 2회가 방송된 가운데 유진이의 심장이 얼어붙은 듯한 살벌한 표정과 말본새, 그리고 행동은 송윤아의 선하고 우아한 얼굴과 만나 더욱 표독스럽게 담기고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연기하는 인생인 유진의 악한 모습이 송윤아라는 배우를 통해 완벽히 구현되고 있는 것.
송윤아는 그간 작품 속에서 선하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번 작품에서 작정하고 욕먹겠다는 각오를 한 이 배우는 연기로 드라마를 휘어잡는 중이다. 그가 나올 때마다 흡인력이 높아지며 한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게 정밀하게 연기하는 중. 표정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게 만드는 것이 배우의 힘인데, 송윤아가 아무렇지도 않게(물론 내공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긴 하다) 소화하며 연기한다는 느낌을 들지 않게 하고 있다. 실제로 유진이라는 인물이 존재할 것 같은 느낌, 송윤아가 ‘The K2’에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발휘하는 힘이다.
이 드라마는 액션을 기반으로 하는 영웅이 등장하기에 허점이 존재한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지만 이 부족한 설득력이 오히려 드라마적인 재미를 안기는 요소가 있다. 다만 촬영 여건상 현실적으로 작품이 진행될수록 전개의 빈구석이 눈에 띌 수밖에 없는데, 배우의 흡인력 높은 연기가 이 구멍을 채울 가능성이 높다. 일단 송윤아가 연기로 빈틈 없이 꽉꽉 채우고 있는 강한 분위기는 ‘The K2’의 큰 흥미 요소다. /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 'The K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