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연기가 어색해진 걸까. 아니면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걸까.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의 주연을 맡은 가수 아이유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저조한 시청률과 별개로 중국에서는 누적 시청 횟수 10억뷰를 넘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 흥행 여부보다 연기력 논란이 문제다. 그동안 똑똑하게 연기 잘하는 연기자로 평가받고 주연 자리까지 꿰찼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달의 연인'은 아이유가 연기자로 나아가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다. 확실한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였고, 그래서 아이유라는 이름 대신 본명 이지은으로 연기 도전에 나섰다. 해외에서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번 연기력 논란이 더 안타깝다.
사실 '달의 연인'에서 아이유의 연기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거슬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일부 시청자들은 아이유의 연기가 어색하다며 지적하고 있지만, 또 일부 시청자들은 아이유의 연기에서 문제점을 찾고 있지 않다. 다만 워낙 화제의 작품이다 보니 어떤 뉴스든 더 자극적인 소재가 이슈가 될 뿐.
아이유는 여느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캐릭터를 소화하고, 영리하게 캐릭터를 꾸려나가고 있다는 반응도 많다. 고려시대 배경의 사극이긴 하지만, 아이유가 맡은 해수 캐릭터는 21세기에서 살던 고하진의 영혼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사극이라고 크게 제한을 받지 않는다. 물론 시청자들은 이런 부분에서 어색함을 느낄 수 있지만, 연기력 논란이 없던 이전 작품들에 비해서 아이유의 연기가 크게 나빠졌다거나 어색해지지는 않았다는 풀이다.
이는 결국 '달의 연인'의 배경인 고려시대의 문화나 사극 인물과 현대적인 인물의 만남을 어색하게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극중 해수를 제외하고 모든 연기자들이 사극톤의 말투를 사용하고(물론 모든 배우들의 사극톤이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있는데, 여기에 아이유는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극에 더 가까운 연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 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이러한 어색함이 더 부각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사실 아이유의 연기가 논란이 일 정도라면, 몇몇 연기자들도 결코 논란에서 안전할 정도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아이유의 연기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물론 비중 큰 주인공이라는 점 때문도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미운털'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아이유는 노래 잘하는 뮤지션, 연기도 곧잘 하는 연기자로 꼽혀왔다.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차트를 휩쓸 정도로 파워를 가진 가수로 성장했고, 자기 할 일 잘하는 똑부러지는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예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아무래도 지난해 문제가 됐던 미니4집 음반과 관련한 논란이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수록곡 '제제'와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해석을 두고 일었던 논란, 무단 샘플링 의혹으로 인한 이미지 타격 등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만든다는 의견이다. '달의 연인' 뿐만 아니라 아이유가 최근 피처링으로 참여한 형돈이와 대준이의 신곡 '결정'에 대한 일부 악의적인 반응을 봐도 알 수 있다.
만약 지난해 논란으로 인해 아이유의 연기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거라면, 아이유의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이제 중반을 넘어선 '달의 연인'이 10회 이후 등장인물들의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아이유가 종영 전까지 자신을 향한 상반된 평가를 어떻게 극복해갈지 주목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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