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난다 에헤라디오의 ‘복면가왕’ 4연승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늘 고음만 빽 질러댄다는, 그래서 무대가 지겹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아쉬운 시선을 어느 정도 수그러지게 한 무대였기 때문이다.
에헤라디오는 지난 2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에서 정의의 로빈훗을 꺾고 4연승을 차지했다. 로빈훗은 가수 허각이었다. 허각이 풍부한 감성과 기교로 맹공격을 펼친 가운데, 에헤라디오는 그간의 노래와 달리 다소 심심한 선곡을 보였다.
바로 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택한 것. 판정단이 “사실 처음 노래를 듣고 에헤라디오에게 너무 쉬운 노래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할 정도. 에헤라디오가 부른 노래는 지금까지 부른 노래와 달리 다소 잔잔했다. 그의 특기인 고음 대신에 감정 조절이 필요한 노래였다. 에헤라디오는 다소 힘을 빼고 노래를 이어갔다. 고음은 많지 않았지만 오히려 풍부한 감성 표현이 돋보였다.
에헤라디오는 그동안 폭발력 있는 고음 소화를 자랑했다. 아무래도 노래 경연 무대가 고음 경연이라는 오명이 있을 정도로 높은 음만 잘 소화하면 노래를 잘 부르는 것처럼 보이는 구성상의 맹점이 있다. 때문에 에헤라디오가 연승할수록 고음 자랑이 지겹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에 가왕 결정전에서 맞붙은 허각이나 허각과 대결을 벌여 아쉽게 패한 이재훈이 고음보다는 감정 표현에 집중하는 무대를 만들자 많은 시청자들이 반색했던 것이 사실. 에헤라디오가 그만 가왕의 자리에서 물러나길 바라는 이들이 존재했다.
그만큼 고음이 없어도 감정 표현에 충실한 노래를 만드는 가수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에헤라디오가 3연승을 하는 동안 미묘하게 달라진 분위기 속 에헤라디오는 편안한 분위기의 선곡을 택했다. 그는 고음이 아닌 노래를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느낌으로 무대를 만들어 4연승을 이뤄내며 자신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일부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웠다. 고음이 아니더라도 에헤라디오의 노래를 듣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 jmpyo@osen.co.kr
[사진]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