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냐, 출연 지속이냐. 가수 정준영의 ‘성범죄 논란’이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일단 제작진에게 공이 돌아왔다. 일단 그가 출연 중인 세 개 프로그램 제작진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논의를 하겠다는 분위기. ‘1박2일’, ‘정글의 법칙’, ‘집밥 백선생’ 모두 때아닌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만일 정준영이 하차하거나 출연을 강행하면 벌어질 일들을 따져봤다.
# 출연자 하나 하나가 소중한 리얼리티 여행 예능 ‘1박2일’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은 10년 가까이 방송되며 출연자 변동이 이뤄질 때마다 프로그램이 크게 달라지는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여행 예능이고 예능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른 캐릭터와 유기적으로 조합을 만드는 터라 출연자 변동이 프로그램 성패를 갈랐다. 정준영은 이 프로그램에서 악동 캐릭터로 형들과의 재밌는 호흡을 만든다. 짓궂은 장난과 엉뚱한 성격으로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캐릭터를 구축했다. 여행 예능이고 지금의 멤버들이 함께 호흡을 맞춘지 2년여가 되면서 시청자들과의 교감이 높은 상태. 한 명의 빈자리가 정준영이 출연하는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크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1박2일’이 그동안 출연자 변동에도 잠깐의 흔들림은 있었을지언정 구성상의 강점을 내세워 오뚝이처럼 살아남았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정준영이 하차한 후에도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 김종민, 윤시윤 등 기존 멤버들과 새로운 멤버가 새로운 호흡을 만들어가고 이를 시청자들이 적응하게 만들 내공이 존재한다. 장수 예능인만큼 굳건한 고정 시청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정준영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몰래카메라 촬영 의혹에 대해 ‘상호 인지 하에 성관계 중 영상을 촬영했고 상대 여성이 우발적으로 신고했다가 취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결백을 주장하는만큼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출연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제작진은 26일 OSEN에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밝힌 상태. 다만 프로그램이 주말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고 시청률 1위인데다가 전통과 역사가 있는 상징적인 프로그램인지라 논란을 일으킨 출연자를 그대로 끌고 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준영이 방송 출연 여부에 대해 제작진의 처분에 따르겠다고 밝힌 만큼 제작진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 상대적으로 결정이 쉬운 ‘정글의 법칙’과 ‘집밥 백선생’
SBS ‘정글의 법칙’은 이미 정준영의 촬영을 마친 상태. 방송까지 한달 넘게 남았다. ‘정글의 법칙’ 측은 “제작진이 현재 해외 촬영으로 연락이 어려운 상태다. 귀국 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제작진으로서는 이미 촬영을 마친 정준영을 진위 여부와 관계 없이 논란 발생을 이유로 통편집한다고 하면 제작 수고와 제작비 측면에서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워낙 출연자들끼리 유기적인 호흡을 맞추는 구성인지라 편집상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워낙 출연자가 많이 있기 때문에 정준영 하나 빠진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휘청거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간의 논란을 일으킨 출연자들의 통편집 사례에서 증명된 바 있다. 다른 프로그램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출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
tvN ‘집밥 백선생’ 역시 현재 출연 여부를 논의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백종원이 요리 제자들에게 요리 강연을 하는 구성. 냉정하게 말해서 제자 한 명 빠진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프로그램이 아니다. 백종원이 있는 한 제자는 바꿔가며 프로그램 수명 연장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 더욱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이미 촬영을 마친 구성에 대해 편집도 용이하고 다른 출연자를 섭외하기도 부담스럽지 않다. ‘1박2일’의 경우 정준영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부담감이 있을 수 있다. /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