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노린다고 될 일 아냐"
정우성이 어느덧 데뷔한 지 22년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1990년대를 대표하는 '비주얼 배우'에서 연기력으로 인정 받는 '진짜 배우'가 됐고 이제 화제성과 작품성까지 품은 영화 '아수라'로 '천만 배우'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겸손했다. 그럼에도 싫지 않은 모양새였다. 26일 오전,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아수라'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 그는 "천만 작품은 해마다 나오는 요즘, 15세 관람가와 개봉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아수라'는 다소 불리하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이야기 때문에 '19세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기 때문. 하지만 앞서 진행된 시사회를 통해 '아수라'의 작품성과 흥행성은 높이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정우성을 비롯한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의 배우 파워가 더해져 벌써 '천만 영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9금'이라는 핸디캡에도 가능성은 높다. 이와 관련해 정우성은 "그걸 노려서 되는 영화인은 없을 거라고 본다. 자연스럽게 그 기회가 오는 것일 테니"라면서도 "하지만 (이번에 그렇다면) 밖으로 뛰쳐 나가 환영하면서 (관객을) 맞이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악인들의 전쟁 같은 삶을 다룬다. '악인들의 지옥도'라는 부제 타이틀처럼 이 영화에는 그야말로 '진짜 나쁜 놈들'만 나온다. 핏비린내 가득한 수컷들의 영화다.
그 중 정우성은 생존형 비리 형사 한도경을 맡았다.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치료비를 위해 악덕 시장인 박성배(황정민 분)의 온갖 더러운 뒷일을 처리해 주며 돈을 받는 인물이다. 정우성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독하고 악한 인물이다.
그는 한도경이라는 캐릭터에 관해 "첫 촬영 후 감독님이 이 인물을 통해서 얘기하고 싶은 건 '이도저도 아닌 40대 남자', '선택에 대한 불안감', '그런 남자의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었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커다란 원죄를 떠안고 있으니까. 어려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앞서 진행된 시사회에서 '아수라'를 본 동료 감독들은 정우성의 달라진 외모와 눈빛에 크게 놀랐다. '선한 배우' 정우성은 온데간데없고 '악하게 망가진' 한도경만 있었기 때문. 코믹하게 망가진 게 아니라 '나쁜 놈'으로 완벽하게 자신의 얼굴을 구긴 정우성이다.
그는 "한도경으로 지냈을 때엔 일상에서도 욕설 말투가 나왔는데 주변에서 놀라더라. 평소엔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도경의 욕은 스스로에게 내뱉는 자책과 자괴감이다. 게다가 이전에는 잠버릇이 없었는데 도경을 연기하면서 생겼고 이 가는 소리에 내가 깨기도 했다"며 배우로서 독보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
그럼에도 이 남자는 잘생겼다. 그리고 스스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MBC '무한도전'에 나가서 코믹한 표정을 짓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춰도 정우성의 비주얼은 어느새 불변의 진리가 됐다. 스스로 "다음 생엔 이 얼굴로 일반인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넘볼 수 없는 비주얼과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정우성이 생애 첫 '천만 배우' 타이틀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신호탄은 28일 쏘아진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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