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줄 아는 톱스타의 품격은 달랐다. 예능판에서는 누구보다 망가졌고 비주얼 칭찬이 이어지는 자리에서는 밉지 않은 너스레까지 떨었다. 하지만 브라운관 속의 얼굴은 180도 달라진다. 배우 정우성이 그렇다.
정우성은 지난 24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 영화 '아수라'의 동료 배우들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김원해와 함께 등장했다. 정우성의 등장만으로 '못친소' 분위기는 순식간에 '잘친소'가 됐다.
하지만 정우성은 웃기고 싶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표정을 따라하며 더욱 우스꽝스럽게 얼굴을 구겼고 영화 '비트'의 명장면을 재연해 달라는 부탁에 쑥스러운 듯 개그로 마무리했다.
이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갔으니 '배우병', '홍보병'보다는 기꺼이 망가지면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던 정우성의 진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26일 '아수라' 홍보 차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정우성은 '무한도전' 방송 이후 소감을 묻는 말에 "낯간지럽게 봤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놀자고 나간 거니까 재밌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더 놀지 못해 아쉽다는 정우성은 "'무한도전'과 '아수라' 속 제 모습이 괴리감이 클 듯한데 바람직한 일이다. '무한도전'은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아수라'에선 반대의 느낌을 받는 것도 신선할 듯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한도전' 정우성은 '흥' 그 자체였다. 오프닝에서 한 사전 의자 뺏기 게임에서 그는 쟁쟁한 예능인들을 제치고 1등을 차지했고 추격전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다.
하지만 '아수라'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가 맡은 한도경은 비리 형사의 '끝판왕'. 정우성은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부터 잔뜩 구겨진 표정으로 악인 한도경을 200% 소화해냈다. 시사회에 참석한 동료 배우들이 "정우성이 아닌 다른 배우가 나왔다"고 칭찬할 정도.
그러나 자신의 얼굴이 스스로 봐도 만족스러운 정우성이다. "다음 생에 다른 얼굴로 태어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그는 "내 얼굴로 사업하면서 그냥 유명한 일반인처럼 살고 싶다"고 강조해 취재진을 웃음 짓게 했다.
두 얼굴의 사나이 정우성이 안방과 브라운관을 동시에 덮쳤다. /comet568@osen.co.kr
[사진] CJ 제공 '무한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