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이 무섭다.
요즘 음원차트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당연히 1위를 할 거라고 생각했던 인기 가수의 음원보다 놀랄만한 '깜짝' 1위가 빈번하다. 역주행으로 혹은 예상하지 못했던 1위지만 또 그 저력을 유지하는 힘은 막강하다. 인기 아이돌보다 오래 1위를 유지하는 롱런 파워가 있다.
스탠딩에그와 가수 한동근, 그리고 볼빨간사춘기의 공통점이다. 1위를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차츰차츰 순위가 상승하더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역주행으로, 좋은 콘텐츠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대중이 취향저격 사례다.
스탠딩에그는 역주행은 아니지만 지난 8월 발표한 곡 '여름밤에 우린'으로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이미 인디 팬들에게는 좋은 노래로 유명한 팀이었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던 상황. 깜짝 1위를 차지하면서 사재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지만,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좋은 음악이 갖는 힘을 증명한 스탠딩에그다. 다른 이슈가 아닌 음악으로 이름을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렸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다음은 한동근의 차례였다. 한동근은 먼저 음악 예능에 출연해 주목받았는데, 예능을 통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그가 부른 좋은 음악들이 재발견된 역주행 사례다.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과 '듀엣가요제'에서 활약하고, '라디오스타'에서 독특한 매력의 입담을 뽐낸 그는 대중에게 한동근이라는 이름을 알렸다. 결국 2년 전 발표한 데뷔곡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로 역주행 1위까지 달성하고,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한동근의 경우도 실력을 바탕으로 좋은 콘텐츠가 발견된 것.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는 한동근의 데뷔곡으로,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좋은 음악이라는 극찬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동근의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묵혀뒀던 콘텐츠까지 발견된 셈이다.
한동근에 이어 이번에는 볼빨간사춘기다. 볼빨간사춘기도 지난 8월 말 발표한 곡 '우주를 줄게'로 역주행 신화를 써가고 있다.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소개된 이후 주목받았다. '우주를 줄게'로 차츰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오더니 막강한 신곡들의 공세에도 역주행으로 1위를 이뤄냈다. 실시간차트 1위를 기록하면서 음악 팬들에게 주목받았고, 입소문을 타고 롱런의 발판을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스탠딩에그부터 한동근, 그리고 볼빨간사춘기까지 단순히 인기나 이름값에 의존한 1위가 아니라서 더 의미 있다. 좋은 음악, 양질의 콘텐츠로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에 의심 없이, 또 입소문을 타고 롱런까지 누릴 수 있다는 풀이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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