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주인공은 산다는 공식이 늘 적중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주인공은 모두 불사조였다. 총을 맞아도 죽지 않았으며 갖은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았다. 오죽하면 재난 영화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주인공 옆에 있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최근에는 주인공의 생사마저 보장하지 못하는 뒤통수가 얼얼한 반전도 박수를 받고 있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굳이 억지로 해피엔딩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중요한 것은 엔딩의 맥락이 얼마나 설득력 있냐는 것인데, 뜬금없는 죽음이라면 황당하기만 할 뿐이다. 이에 ‘주인공은 산다’는 클리셰를 뒤집은 반전 결말을 황당, 소름, 여운 세 가지 유형으로 살펴본다.
#1. 소름
이 분야 역대급 엔딩으로는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이 집필한 ‘싸인’(2011)을 꼽을 수 있다. 주인공 윤지훈(박신영 분)은 강서연(황선희 분)의 죄를 밝히기 위해 스스로 미끼가 되는 결정을 내렸다. 마지막 회에서는 지훈이 서연을 죽음으로써 잡는 소름 돋는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이 같은 반전 엔딩은 김은희 작가의 팬들이 꼽는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가 됐다.
#2. 여운
작품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려오는 여운이 남기도 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에서는 주인공 차무혁(소지섭 분)이 결국 생을 마감하는 슬픈 엔딩이 그려졌다. 그의 연인 송은채(임수정 분) 역시 무혁을 따라 스스로 죽음을 택하면서 역대급 여운이 남는 엔딩을 만들었다. ‘미사폐인’이라는 마니아도 만들어냈다.
이 작품을 쓴 이경희 작가는 ‘함부로 애틋하게’(2016)로 최근 안방극장을 울렸다. 역시 엔딩은 새드엔딩. 시한부 신준영(김우빈 분)이 연인 노을(수지 분)의 품에서 숨을 거두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3. 황당
해피엔딩 맥락이 가닥 잡히고 있다가 허무하게 죽어버린다면 보던 시청자도 찝찝한 마음이 남을 것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은 삼각 로맨스를 형성하던 주인공 세 남녀가 모두 죽는 충격적인 엔딩을 선보였다. 오해로 벌어진 일이었고, 죽어가는 순간에야 진심을 알게 된 것. 이에 해피엔딩을 바랐던 시청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고, 반면 모두가 아픈 손가락으로 남는 여운 엔딩으로 꼽기고 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엔딩이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종영한 ‘몬스터’(2016)에서는 강지환이 열연한 주인공 강기탄이 수술대에 오르면서 막을 내렸다. 속 시원한 복수는 있었지만, 기탄의 생사와 오수연(성유리 분)과의 러브라인은 알 수 없는 열린 결말이었던 것. 50부 내내 고군분투하던 기탄의 인생이 마지막에는 행복하게 끝맺을 순 없었을까. / besodam@osen.co.kr
[사진] 각 드라마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