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과 김유정이 웃는 얼굴로 서로를 마주했지만, 두 사림이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유정의 눈에는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혔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 12회에서는 서로를 사랑하는 이영(박보검 분)과 홍라온(김유정), 그리고 그들을 시시각각 덮쳐오는 어두운 그림자의 정체가 드리웠다.
불안한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이영이 자객들에게 라온을 지키려다가 결국 칼에 맞는 사태가 벌어졌다. 부패를 고발하는 상서로 인해 이영에게 파직당한 김의교(박철민)가 앙심을 품고, 백운회의 가면을 씌운 살수들을 동궁전으로 투입해 이같은 일을 벌였기 때문. 불행 중 다행으로 라온을 연모하는 또 다른 이, 김윤성(진영)이 이영을 도우며 가까스로 더 큰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게 아니다. 홍라온이 '홍경래의 딸'이라는 사실을 아는 극중 인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이날 라온 역시 친모(김여진)를 만나러 외출했다가, 어머니와 정약용(안내상)의 대화를 듣게 되면서 이 같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홍경래의 딸'과 '왕의 아들'은, 결코 만날 수 없는 존재였다.
라온은 이미 커질대로 커져버린 자신의 마음을 어쩌지 못했고, 늦게까지 외출나간 자기를 기다렸을 세자 이영을 바라보고 웃었다. 눈물이 가득 글썽이는 라온의 미소는, 이영의 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눈빛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애닲아서 걱정을 자아냈다.
아직 라온의 정체를 제대로 알진 못하지만, 이미 정약용의 충고를 통해서, 윤성의 이야기를 통해서, 왠지 라온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품고 있는 이영 역시도, 라온을 맞이하는 웃는 얼굴에 옅은 슬픔이 드리워 있었다. / gato@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