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이 그렸던 빅픽처의 가장 중한 퍼즐이었다. 멜로부터 정치, 액션까지 그 어려운 것들을 해내는 모습이 '타이틀롤' 그 자체였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12회에서는 백운회로 가장한 채 동궁전을 습격한 무리에 의해 부상을 입는 이영(박보검 분)과 자신이 홍경래의 딸임을 알게된 라온(김유정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앞서 이영은 이조판서 김의교(박철민 분)이 관직을 사고 파는 부패를 저질렀다는 상서를 전해받고, 그에게 파직을 명했다. 이에 분노한 김의교는 백운회를 가장한 자객 무리를 동궁전으로 보내 세자를 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사실을 모르는 이영은 라온과 달달한 궁중로맨스를 이어가던 중, 병연의 방에서 백운회 가면을 발견한 후 병연에 대한 의심을 시작했다. 김의교의 계략대로 이날 밤 세자의 처소로 자객들이 들이닥쳤고, 라온은 인질로 잡혔다.
이를 본 이영은 들고 있던 칼을 내려놓은 뒤 자객들을 향해 "보다시피 빈 손이다.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이 풀어주고 시작하자"고 말했다. 칼이 다가오기 1초 전 라온을 낚아채는 데 성공한 이영은 자신들을 도우러 온 윤성(진영 분)과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시 라온을 해하려는 자객을 발견한 이영은 그 앞을 막아서 대신 칼을 맞았다. 피를 흘려 정신이 혼미해진 이영은 자객을 병연으로 오해하고 "병연이냐"고 물었지만, 자객을 죽인 진짜 병연이 그 뒤로 나타나며 극적 긴장감을 더했다.
의원에게 옮겨져 겨우 목숨을 구한 이영은 눈을 뜨자마자 라온을 찾는 모습으로 변함없는 '사랑꾼'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문앞에 서서 눈물 흘리는 라온의 뒤에서 그를 끌어 안으며 "무엄하다. 내 허락없이 네 행복을 빼앗아갈 자는 없느니라. 그러니 울지마라. 이 손 절대 놓지 않을테니"라고 속삭였다.
이영이 회복한 후 라온은 모친을 만나러 궐 밖으로 나섰다. 해가 져도 돌아오지 않는 라온을 기다리던 이영이 "만약에 아주 힘든 순간 무언가를 놓아야 한다면 그게 나여서는 안 된다"라고 라온과 약조했던 것을 떠올리던 순간, 라온이 나타났고 두 사람은 아련한 눈빛을 주고 받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보검은 이날도 역시 극의 멱살을 잡고 끌어나가는 '하드캐리'로 크게 활약했다. 특히 액션신에 이어 칼을 맞는 장면에서는 눈의 실핏줄까지 터뜨리며 열연하는 모습으로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타이틀롤'이라는 위치에 맞게 맡은 바 이상을 해내는 박보검이야 말로 '구르미 그린 달빛'이 그렸던 빅픽처에 걸맞는 주인공이 아닐 수 없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