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부’에는 이런 명대사가 나온다. “친구는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두어라”. 적을 친구 이상으로 가깝게 두고 생각하지 않으면 언제고 불시에 공격당할 수 있으니 이를 경계하라는 것이다. 이 말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KBS 2TV‘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이다.
극 중 이영(박보검 분)의 최측근을 훑어 보면 출신이 남다르다. 먼저 오랜 친구이자 정치적 라이벌, 그리고 홍라온(김유정 분)을 두고 연적이 된 김윤성(진영 분)을 보자. 그는 이영을 폐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세도가 김헌(천호진 분)의 손자로, 이영과는 날 때부터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자라면서도 주변 상황 탓에 두 사람은 빼도박도 못 할 적대적 관계가 됐다. 그런 와중에 이영과 윤성 사이에 라온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윤성은 이영과 라온을 지키기 위해 칼을 잡았고, 맨손으로 칼을 막았다.
그런가 하면 김병연(곽동연 분)은 어떤가. 이영이 “내가 세상에서 딱 한 사람을 믿어야 한다면 그건 너다”라고 말할 만큼 오래 마음을 나눈 충복이다. 그러나 동궁전 별감 병연에게는 다른 얼굴이 존재한다. 홍경래의 난 당시 왕을 죽이려 했던 조직의 잔당 백운회로, 이영에게 가장 가까운 곳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병연 역시 윤성과 마찬가지로 이영과 맞설 운명을 타고 났지만, 결정적 순간에 이를 저버렸다. 이미 병연의 존재를 눈치챈 이영이 가면을 쓴 채 자신을 공격하는 자객에게 “병연이냐”라고 물은 순간, 진짜 병연이 나타나 이영을 구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영의 연인 라온은 다름 아닌 홍경래의 딸이다. 라온이 사내로 살 수밖에 없던 이유도 역적의 자식으로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백운회가 이를 먼저 알았고, 김헌과 윤성까지 라온이 지닌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됐다. 이에 도성을 떠나려던 라온이었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던 이영을 위해 궁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처럼 세자의 최측근에 머무르는 역적 자제 3인방은 자신들의 운명을 거스르고 전부 이영을 택했다. 사실 네 사람 사이에 원한 따위는 없기도 하고, 이들이 얽히고 설킨 비극적 상황은 운명의 장난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오로지 사람의 의지다. 이영과 다시 손잡은 역적 자제 3인방이 그릴 장밋빛 미래가 기다려진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