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은 어느덧 일흔 살, 배우로 오십년 살았다. 데뷔작을 함께한 故 김기영 감독부터 ‘죽여주는 여자’를 함께한 이재용 감독까지 수많은 감독과 작품 활동을 해왔다. 역시나 윤여정은 호불호가 분명한 스타일로 자신과 맞는 감독에 대해서 화끈하게 답했다.
배우 윤여정은 2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죽여주는 여자’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흔 살의 배우 윤여정은 멋지고 자유로웠다. 즐겁게 웃고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놓지 않았다.
일흔 살의 배우 윤여정이 열연을 펼친 ‘죽여주는 여자’는 65세의 나이에 종로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윤소영이 죽고 싶어 하는 노인을 죽여주면서 생기는 일을 다룬 영화다.
노인 성매매와 죽음 등 파격적인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는 영화이니만큼 윤여정에게 있어 이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윤여정은 “파격이나 세다고 하지만 그런 역할을 맡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나이에 광고가 걸려있는 것도 아니고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다. 이 역할도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적합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용 감독과 3차례 함께 작업한 만큼 특별한 관계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스타일은 극과 극이었다. 그는 “이재용 감독이 너무 꼼꼼해서 나랑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며 “이재용 감독은 아주 섬세하다. 나는 섬세치 못해서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상수 감독도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나는 기본적으로 테이크를 많이 가는 감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데뷔작을 함께한 故 김기영 감독에 대해서는 각별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여정은 “젊었을 때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다”며 “삼각관계에 사랑하다 죽는 이야기뿐이라서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 김기영 감독의 시나리오를 받고 궁금해서 하게 됐다. 김기영 감독은 제가 뭘 못하면 저와 있었던 일을 언급하면서 다시 해보라고 했다. 저를 정말 많이 관찰한 감독이셨다”고 데뷔작을 함께한 기억을 떠올렸다.
일흔의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영화작업에 임하는 윤여정을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그는 “85세 전까지 정신이 있는 한 오늘은 산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산다”며 “정신이 있는 한 내게 주어진 일을 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일흔의 나이에도 여전히 열정적인 윤여정을 만날 수 있는 비결이었다./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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