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10월 1일자로 500회를 맞이하는 가운데, 그 중심에는 늘 방송인 유재석이 있었다. 솔선수범 보이는 리더십으로 멤버들을 지금까지 이끌어왔던 바. 숱한 위기론이 대두될 때도 유재석이 있어 걱정되지 않았고 흔들림 없이 ‘무한도전’의 정신을 이어올 수 있었다.
유재석은 지난 2005년 4월 23일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였던 ‘무모한 도전’ 시절부터 함께 했던 초창기 멤버이자 영원한 리더다. 지금이야 이견 없는 국민예능이지만 ‘무모한 도전’ 시절에는 미래를 걱정해야 할 만큼 아슬아슬한 위치였다. 왜 도전하는지 모르겠는 소랑 겨루기, 지하철과 달리기 시합 등을 펼치며 원초적인 웃음을 줄 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지금의 ‘무한도전’의 정신이 될 것이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그런 ‘무모한 도전’을 이듬해인 ‘무한도전’으로 안착시키는데 성공, 그 다음부터는 국내 예능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왔다. 여기서 유재석의 리더십이 큰 힘이 됐음은 연출자인 김태호 PD도 “‘무도’의 심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인정하는 부분이다.
특히 평균 이하의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설명하는 멤버들을 이끌고 장기 프로젝트를 펼칠 때 더욱 도드라진 리더십이다. 댄스스포츠나 레이싱에 도전할 때는 자신이 못해서 미안하다며 팀원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고, 스키점프대를 오를 때에는 포기할 것 같은 동생을 이끌기 위해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 더 밑에서 받쳐주는 든든한 형 노릇을 했다.
잘될 때는 누구나 다 박수 받는 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만, 유재석의 진가는 ‘무한도전’이 잘못을 했을 때 더욱 빛났다. 지금은 ‘그 녀석들’이라고 칭하는 멤버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프로그램에서 하차할 때도 가장 가운데 서서 사과했고, ‘무한도전’이 방송 사고를 일으켰을 때도 태양의 패러디를 하며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늘 유재석은 리더이지만 더 밑에서 있었고, 더 많이 고개를 숙였다. 이는 우리 삶에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시청자들이 유재석과 하느님을 합쳐 부르는 말인 ‘유느님’이란 표현은 한 순간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11년 세월 동안, 500번의 ‘무한도전’을 보면서 입증하고 또 입증하며 시청자들이 부여한 훈장 같은 별명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