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을 이야기할 때 항상 그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세계가 사랑한 감독'. '한국이 사랑한 감독'이 아닌 '세계가 사랑한 감독'이라니 어찌보면 더욱 좋은 찬사다. 그러나 국내에선 그의 이름 앞에 '이단아' '문제아'라는 타이틀이 주로 붙는걸 보면 또 그렇지만은 않다. 불편하리만치 솔직한 그의 작품 덕분이다.
이와 관련해 김기덕 감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에게 묻자 뜻밖에 '쿨'한 대답이 돌아온다. "세계가 사랑한 감독이라면 국내도 포함되는 것 아니냐"며 깔깔 웃는다.
"비단 국가의 문제로 제 작품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나눌 수는 없을 거 같아요. 기자님들도 제게 관심이 있어서 인터뷰하러 오신 거 아닙니까(웃음).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19살 청소년들이 제 영화를 성인보다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놀라움을 느끼는데 또 문득 떠오르는 생각 중 또 하나는 제 작품을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분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겁니다."
김기덕 감독은 그런 의미에서 '그물'은 국내 관객들이 오히려 국외 관객보다 더욱 이해와 공감이 쉬운 영화라고 강조했다. 현존하는 유일한 분단국가, 대한민국이라 그렇다.
"'그물'과 관련해 외신에선 비평이 몇 개 나왔어요. 캐나다 미국 등등…. 그래도 다행인 건 배우들 칭찬은 공통적이네요. 류승범 배우 연기력을 강조합니다(웃음). 비평 중에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비평들도 눈에 띕니다. 그런 부분에서 이번 작품은 훨씬 많은 국내 영화팬들이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김기덕 감독은 '그물'이 끝난 뒤에도 활발한 영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완성된 시나리오만 세 작품 이상이다.
"현재 완성한 시나리오는 '선악과' '인간의 시간' '요한계시록'입니다. 제목이 거창하네요(웃음). '그물'이 흥행할까 봐 걱정입니다. 제가 부자가 되면 어쩌나요. 하하하. 만약 '그물'이 흥행한다면 다음 영화는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만들 수 있겠죠. 그게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그물'의 배급사와 홍보사 직원들이 노력한 만큼의 성과는 있었으면 합니다." /sjy040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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