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방(누워서 하는 방송)’이라고 대충 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청자들의 숙면을 돕겠다는 기특한 취지로 시작한 걸그룹 레드벨벳 슬기와 아이린의 눕방은 직접 준비한 풍성한 콘텐츠로 가득 차 있었다. 재미있어서 잠이 오지 않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말이다.
아이린과 슬기는 지난 30일 네이버 V앱을 통해 방송된 ‘레드벨벳 아이린&슬기의 눕방 라이브’에서 시청자들과 이색 소통에 나섰다.
‘눕방’을 표방하다 보니 아이린과 슬기도 편안한 잠옷과 수면 양말을 착용한 채 침대에 나란히 누워 방송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어색한 듯 보였지만, 두 소녀는 함께 보낸 연습생 시절과 각자의 친구 이야기를 시청자들과 나누며 초보답지 않은 진행 실력을 뽐냈다.
컴백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곡 홍보의 장이 될 수도 있었을 이날 방송은 두 사람의 성실함 덕에 실제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같은 느낌까지 선사했다. ‘친구’라는 화제로 이어나간 한 시간 가량의 방송에는 추천곡 소개부터 숙면을 유도하는 ASMR, 아이린과 슬기가 직접 부르는 자장가까지 담겼다.
두 소녀는 시청자들과 함께 친구에 대한 진솔한 토크도 주고 받았다. 친한 친구의 기준에 대해 조용하지만 열띤 토론을 나눈 아이린과 슬기는 박효신의 ‘친구라는 건’, 문명진의 ‘잠 못 드는 밤에’를 들으며 촉촉한 감성에 젖기도 했다.
아이린과 슬기는 친구 하면 마음이 맞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구동성 게임도 진행했다. 비록 짜장면과 짬뽕, 물냉면과 비빔냉면에서 어긋난 대답을 내놨지만, “두 음식을 같이 먹을 수 있다”는 두 사람의 긍정적 태도가 웃음을 자아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후 당초 방송의 목적이 생각난 아이린과 슬기는 빗소리와 자장가를 시청자들에게 선물했다. 볼빨간사춘기 버전의 ‘가리워진 길’과 성시경의 ‘두 사람’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부르는 아이린과 슬기의 모습은 이날 ‘눕방’의 하이라이트였다.
5분도 안 되어 6만 명의 시청자가 몰렸고, 끝날 때 즈음에는 17만 명으로 늘어났다. 잠은 커녕 폭발적 속도의 소통이 이어졌지만, 아이린과 슬기는 여전히 긍정적이었다. “밤새 떠들면 어때요? 이렇게 될 바엔 24시간 떠들다 보면 지쳐서 언젠간 잠들지 않을까요?” 이들의 말처럼, 24시간 소통에 도전하는 레드벨벳의 모습도 기다려진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V앱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