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정우성이 연예계에 데뷔한 지도 22년이 됐다. 20대엔 1990년대를 대표하는 '비주얼 배우'였고 40대인 지금은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가 된 그다. 이젠 후배들을 키우고 싶다며 직접 아티스트 컴퍼니까지 차렸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아수라'에서 정우성은 생존형 비리 형사 한도경으로 분했다. 그를 잘 알고 있는 동료 배우들과 감독들이 작품을 본 뒤 "우리가 아는 정우성은 어디 갔냐"고 물었을 정도로 정우성은 지독한 악인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영화 개봉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정우성은 "촬영장은 배우 본연의 모습만 지킬 수 있는 공간이다. 상대 배우들이 워낙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저도 배우로서 그들과 건전한 경쟁을 해야 했다. 그래서 원없이 몰입했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극 중 한도경은 자신이 저지른 죄로 스스로를 옭아매는 딱한 인물이다. 정우성은 한도경의 그런 행위를 "거친 생활을 하는 남자들에게 마지막 남은 객기"라고 표현했다. 몇 푼 안 되는 자존심마저 구겨질까 봐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
촬영 내내 한도경으로 살았던 정우성이다. 그래서 평소 쓰지 않던 욕설과 삐딱한 말투까지 몸에 배었을 정도. 정우성은 "현장에서는 컷 하면 자기 얼굴로 돌아오는 배우들이 많은데 저는 계속 유지했다. 그게 자연스러워서 그런 건데 스태프들이 눈치보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한도경은 불안한 초점의 눈빛이 트레이드마크. "40대 정우성은 실제로 불안한 게 없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 말에 그는 "불안은 있지만 대처 방법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잡았고 지금은 놓게 됐다. 불안보다는 더 여유 있어진 느낌이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한결 여유가 생긴 그는 이제 후배 배우를 위한 회사까지 차렸다. '절친' 이정재와 함께다. 이들이 가장 먼저 선택한 배우는 tvN '시그널' 속 조진웅의 첫사랑으로 등장한 신인 이시아다. 현재 그는 KBS 1TV '별난 가족'에서 여주인공 강단이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포미닛 출신 남지현도 아티스트 컴퍼니에 새 둥지를 틀 전망이다. 정우성은 "신인 배우들의 인생의 동반자로 어떤 조연을 바람직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초반 경험에 따른 내성이 탄탄한 그런 배우들로 만들어주고 싶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인터뷰③에서 계속)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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