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악인들의 전쟁 같은 삶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이 작품에는 '악인들의 지옥도'라는 부제 타이틀이 붙어 있다. 그야말로 '진짜 나쁜 놈들' 천지인 영화다.
정우성 역시 못지않은 악인을 맡았다.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치료비를 위해 악덕 시장인 박성배(황정민 분)의 온갖 더러운 뒷일을 처리해 주며 돈을 받는 생존형 비리 형사 한도경이다. 나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긴 하지만 영화 내내 그는 속상할 정도로 악독하다.
영화 개봉 전 취재진과 만난 그는 "악덕 시장 박성배, 비리 형사 한도경, 약점을 이용하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 분), 그를 돕는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 분), 나쁨에 물들어 간 문선모(주지훈 분) 중 누가 가장 악인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배우들끼리도 얘기했던 부분"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김성수 감독님이 제일 독하구나 싶더라. 현장에서 감독님 별명이 김성배(김성수+박성배)였다. 감독님 안에 '아수라' 속 모든 나쁜 캐릭터가 들어 있다"며 웃음 지었다.
친하니까 가능한 대답이었다. 김성수 감독은 영화 '비트'로 정우성에게 최고의 청춘 스타 타이틀을 안겼고 이후 '태양은 없다'와 '무사'의 주인공 역시 그에게 넘겼다. 이로써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은 이번 '아수라'로 네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됐다.
정우성은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출연을 약속했다"며 "'무사' 이후 15년 만에 만나니까 사람들이 의미부여를 하더라. 그 부분은 감독님과 저의 개인적인 감정이 더 크겠지만 촬영 때엔 배제했다. 든든한 선배인 김성수 감독님이 있으니까 그저 한도경에 몰입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감독님이 진짜 이야기 하고 싶은 게 뭘지 계속 고민했다. 그 나이대의 남자가 표현하고 싶어하는 색깔이 있다고 믿고서 계속 파헤쳤다. 이도저도 아닌 40대 남자, 원치 않는 커다란 원죄를 떠안고 있는 남자, 그 남자의 스트레스 아니었을까"라고 덧붙였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comet568@osen.co.kr
[사진] OSEN DB, 네이버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