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막 데뷔무대를 마친 신인 여가수가 무대에서 내려와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데뷔 전부터 실력보다 구설로 이름을 알린 그녀였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가수로 거듭난 김주나의 얘기다.
연습생 생활부터 '프로듀스 101' 서바이벌 프로그램 도전자까지 오랜시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끈기와 열정이 일군 '소중한 무대'는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에게도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1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는 쉘부르 특집 2부가 방송됐다. 이날 특집은 1부에 이어 음악다방 쉘부르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추억의 명곡들을 되짚는 시간을 가졌다.
무대에 오른 가수는 유리상자, 김바다, 임태경, 팝핀현준-박애리, 김동준, 김주나였다. 그 가운데 김주나는 '불후의 명곡'을 데뷔무대로 선택해 눈길을 끌었다.
김주나는 임태경, 팝핀현준-박애리 부부 다음으로 호명돼 무대에 올랐다. 특히 김주나의 순번은 1부에서 우승을 거머쥔 강홍석을 역전한 박애리 팝핀현준과 실력파 로커 김바다 사이에 껴 상대적으로 불리해 보였다.
특히 선배 김바다는 이번 무대를 위해 특별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선전포고하며 "우승하고 싶다"고 말해 이제 갓 데뷔한 김주나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김주나는 무대에 오르기 앞서 '연습생' '가수지망생'이 아닌 진짜 가수가 되는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그는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며 "오늘 부를 노래는 권태수 선배님의 '눈으로'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서툴지만, 예쁘게 봐달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주나가 선곡한 '눈으로'는 쉘부르 대표 가수 권태수가 부른 히트곡으로 그를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 일등공신. 권태수는 이 곡의 인기에 힘입어 TBC '노래하는 곳에'서 남자가수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눈으로'는 1976년 세상에 나온 노래다. 1994년생, 22살 김주나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태어난 곡으로 리드미컬한 멜로디나 화려한 미사여구 대신 단정한 가사와 시를 읖조리는 듯한 멜로디, 반면 높은 고음의 후렴구가 특징인 곡이다.
즉, 웬만한 내공을 겸비해야만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이제 갓 데뷔한 김주나가 난이도 높은 '눈으로'를 선곡한 부분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화려한 기교나 손쉽게 청중의 귀를 사로잡을 만한 신나는 노래를 선택할 거란 예상을 빗나갔기 때문이다.
김주나는 떨리는 표정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가사에 오롯이 집중한 모습을 보였다. '남들이 알지 못하도록 눈으로 말해요'라는 가사처럼 그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자신의 간절함을 담아 첫 데뷔 무대를 마쳤고 김주나의 첫 데뷔를 함께한 관객들과 선배가수들은 뜨거운 박수로 새로운 가수의 탄생을 응원했다.
무대를 모두 마친 김주나는 비록 1승의 기쁨까지 안을 순 없었지만, 불이 꺼진 무대 뒤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오랜시간 남몰래 흘려온 노력의 땀이 '데뷔무대'라는 값진 결실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가수 김주나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sjy0401@osen.co.kr
[사진] KBS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