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눈빛, 송윤아의 시선 하나만으로도 다 이해됐다. 배우 송윤아가 눈빛으로 뒤틀린 야망이 잃어버린 사랑으로 비롯됐다는 것을 단번에 설득했다. 매섭도록 무섭지만 자꾸만 측은한 악녀 송윤아가 ‘The K2’(더케이투)에 불어닥칠 비극을 예고했다.
송윤아는 tvN 금토드라마 ‘더케이투’에서 남편 장세준(조성하 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이복동생이 가지고 있는 회사를 독차지하려는 야심이 있는 최유진을 연기한다. 남편의 외도에 치를 떨면서도 자꾸만 남편을 바라보게 되는 불쌍한 구석이 있는 여자다. 사람 한 명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매장해도 유진의 눈빛에는 한때 자신을 사랑했던 남자를 이제는 잃어버린 여자의 공허한 슬픔이 담겨 있다.
세준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는데 뻔뻔하게 자신을 농락하는 세준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놓을 수 없는 미련. 지난 1일 방송된 4회에서 세준이 자신을 앞에 두고도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돌리고 대놓고 바람을 피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습에 실망하는 유진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유진은 악연으로 시작됐지만 어느새 김제하(지창욱 분)를 믿고 심지어 남자로 느끼는 상황. 앞으로 의붓딸이자 제하가 조금씩 마음에 품게 되는 고안나(윤아 분)와의 치명적인 삼각관계가 예상되고 있다. 소름 끼치게 차가운 여자 유진이 제하라는 남자를 만나 더 큰 야망과 집착으로 똘똘 뭉치게 될 것임이 자명한 것.
이 같은 갈등은 유진을 연기하는 송윤아의 눈빛 하나에 다 담겨 있었다. 굳이 친절히 설명하지 않아도 시선으로 모든 게 표현됐기 때문. 같은 적이 있다면 친구라며 제하에게 은밀한 제안을 하는 의뭉스러운 표정, 상대를 압도하는 고압적인 눈빛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지 않아도 충분히 매섭게 다가왔다.
18년 전 드라마 ‘토마토’에서 표독스러운 악녀로 안방극장을 긴장하게 했던 송윤아는 선한 얼굴로 악행을 꾸밀 때 더 강한 공포를 안긴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드라마가 제하 역의 지창욱의 통쾌한 영웅 완성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극의 긴장감을 안기는 결정적인 역할은 송윤아가 하고 있다. 초반부터 높은 몰입도를 자랑하는 데 있어서 송윤아의 그 눈빛, 향후 전개가 걱정되는 그 시선이 큰 몫을 한다. / jmpyo@osen.co.kr
[사진] '더케이투' 방송화면 캡처,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