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아수라’에 대한 엇갈린 반응은 뭣? 왜?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10.02 16: 42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지난 28일 개봉된 영화 ‘아수라’(김성수 감독, CJ엔터테인먼트 배급)가 기존의 선두 ‘밀정’을 끌어내리고 팀 버튼의 화제작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집의 아이들’까지 따돌리며 3일 만에 138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일일성적표는 들쭉날쭉. 꾸준히 상승하는 ‘미스 페레그린~’과는 다르다. 그 배경은 ‘좋다’와 ‘나쁘다’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관객들의 반응 때문이다. ‘곡성’ 때보다 더 심한 양상이다.
영화의 배경은 안산시와 하남시를 조합한 느낌이 짙은 경기도 신도시 안남. 악의 절정인 시장 박성배(황정민), 본분을 잊은 채 그의 수족 노릇을 하는 비리 형사 한도경(정우성), 도경의 지시로 성배 밑에 들어가 충성을 다하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 성배의 비리를 입증해 감옥에 처넣고자 혈안이 된 악질 검사 김차인(곽도원), 피도 눈물도 없는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 도경의 정보원인 마약 중독자 작대기(김원해) 등이 주인공이다.

성배는 깡패보다 잔인하고, 검사보다 주도면밀하며, 사업가보다 철저하게 계산적이다. 신도시 개발에 뒤따르는 엄청난 수익을 챙기기 위해 마약밀매사주 살인교사 등을 서슴지 않으며 잇속을 챙긴다. 또한 조작한 이미지를 언론에 노출함으로써 성실한 공직자 행세를 한다.
성배의 매제인 도경은 불치병에 걸린 아내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작대기를 통해 성배의 범죄를 입증할 증인을 죽이는 등 악행을 저지르다 출세에 눈이 먼 차인의 레이더에 걸려든다. 성배의 범죄의 증거를 대라는 차인에게 처음엔 반발하지만 자신의 불법 성매매 등 약점을 잡히자 차인에게 협조하는 가운데 여전히 두 거물 사이에서 갈등한다.
선모는 처음엔 모범적인 공무원이었지만 성배의 사람이 되자 180도 달라져 도경보다 더 지독하고 악하게 변해간다. 창학은 무서우리만치 집착하며 도경을 괴롭히는 차인에게 복종하는 듯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차인의 광기에 실망해간다.
#좋다
범죄 액션 스릴러 등은 대부분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조에 충실하다. 하지만 누아르인 이 영화는 주인공 모두가 악인이다. 그들은 각자 최소한의 인간적인 양심 때문에 방황하고 고뇌하는가 하면 생존의 논리 앞에서 때론 악마가, 때론 전형적인 본눙의 동물이 된다.
시종일관 어둡고 음산하며 혼란스러운 미장센은 누아르 특유의 비장미를 담고 있으며 그래서 팍팍한 삶을 사는 다수의 서민들의 일상과 다를 바 없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마약에 절어 미치광이와 다름없는 삶을 사는 작대기와, 수트와 니트를 입고 상류사회의 풍요를 즐기는 성배는 그래서 별 다를 바 없다.
최근 멀티캐스팅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이 영화의 캐스팅은 관객을 끌어들이기에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조합이다. 믿고 보는 완성도와 흥행파워의 황정민부터 최근 절정의 주조연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곽도원과 정만식, 희소가치 최고의 정우성과 조연 자리가 아까운 주지훈 등은 정말 화려하다. 게다가 김원해의 신들린 듯한 연기는 화룡점정이다.
#나쁘다
드라마가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굳이 돈 수고 시간 등을 투자해 영화를 관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래서 영화는 특히 시나리오의 완성도와 메시지가 중요하다. 기획의 배경이나 설정 등은 별로 나쁘지 않지만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의도적이어서 오히려 그게 허점이다.
범죄와 음모가 판을 치는 하나의 세계관이 필요했다는 감독의 기획의 시작도 좋고, 시장 검사 경찰 수사관 등이 모두 범죄에 무감각한 채 목적의 광기에 휩싸인 것은 ‘특별한 세계관’에 걸맞지만 그로 인해 비주얼이 과하게 잔인함 일변도인 게 관객들의 심사를 불편하게 만든다.
누아르에서 코미디를 구하는 게 오지에서 뷔페를 찾는 격이긴 하지만 유머감각까지 잃은 채 하드고어에 가깝게 핏빛 살육에 집착하는 자극의 일방통행은 다수의 관객의 취향을 맞추긴 힘들다.
잔인하다거나 공포로 따진다면 ‘곡성’이나 ‘부산행’이 서운하겠지만 문제는 시퀀스에 걸맞은 당위성과 플롯의 메시지에 부합하는 개연성이다. 대한민국은 내전 중인 소말리아도, IS 근거지인 이라크나 시리아도 아니다. 물론 침소봉대된 비교이고 영화란 콘텐츠의 특성을 무시한 과장일 수도 있다. 역으로 그래서 절반의 관객의 불만이 충분히 고려돼야 마땅하다.
‘범죄와의 전쟁’의 젊은 검사 곽병규(곽도원)는 처음엔 선배 검사가 주선한 범죄 수괴 최익현(최민식)과의 술자리를 거부할 정도로 조직폭력배에 대해 병적인 결벽증을 지녔지만 시간이 흐르자 스스로 무너져버린다. 그건 그 시대가 요구한 출세의 매뉴얼이었기 때문이다.
차인도 야비하리만치 일욕심이 강하고 범죄자에 대한 분노도 불타오르지만 그 역시 결국은 출세에 눈이 먼 장님이긴 마찬가지. 성배와의 마지막 대결에 자신의 직업적 수명은 물론 진짜 목숨까지 내걸 정도로 담대하고 비장했던 그가 일순간 비겁하게 변해가는 게 결정적 허점이다.
폭력조직 두목 태병조(김해곤)와 결탁했다가 순식간에 그를 배신하는 성배의 초지일관된 캐릭터와 확연하게 달라 아쉬운 점이다.
결정적인 핸디캡은 성배 차인 선모에 비해 선이 가는 주인공 도경의 캐릭터다. 선배 형사를 죽인 뒤 그 혐의를 작대기에게 뒤집어씌울 정도로 비열한 모습을 서두에서 보인 그는 그 후 그만큼 악랄하거나 잔인한 면모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아내를 걱정하고, 아내에게 자신의 외도를 들킬 것을 두려워하며, 돈다발에 꼬리를 흔드는 수준일 따름이다. 게다가 정우성의 조각 같은 외모는 악역으로 풀기 힘든 비주얼이다. 최소한 ‘신의 한 수’ 이상의 웬만큼 강렬하지 않으면 풀어내기 어려운 얼굴과 이미지란 게 덫으로 작용했다.
과일 깎는 데 청룔언월도를 휘둘렀다./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사진> '아수라'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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