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 봉지 들었을 뿐인데 안방이 술렁거렸다. 신비한 매력에 묘한 분위기까지 여신이 강림한 순간이었다. tvN 금토드라마 'THE K2' 속 결정적 한 장면이다. 이를 연기한 건 소녀시대 윤아가 아닌 배우 임윤아였다.
'THE K2'에서 임윤아는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고안나를 연기하고 있다. 그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장세준(조성하 분)의 숨겨진 딸. 그의 아내인 최유진(송윤아 분) 때문에 엄마를 잃은 아픔이 있어 세상과 등진 나약한 존재다.
1일 방송된 4회에서 김제하(지창욱 분)는 JSS 요원직으로 합류했다. 동료들은 그에게 적대심을 가졌고 김제하는 외딴 곳에서 비밀 업무를 맡게 됐다. 바로 고안나를 감시하면서 경호하는 것.
그동안 몇 차례 스쳐지나갔던 두 사람이다. 김제하는 공황장애에 대인기피증까지 있는 고안나가 흥미로웠다. 햇빛까지 가린 어두운 집에서 홀로 생활하는 그가 안쓰러웠다. 밥도 정해진 시간에 몰래 나와 먹는다는 사실이 의아하면서도 계속 신경쓰였다.
CCTV로 고안나를 지켜보던 김제하. 그 순간 샤워를 마친 고안나가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 앞서 가사도우미가 라면을 먹는 걸 몰래 봤던 고안나의 호기심이 발동한 순간이었다. 고안나는 조용히 찬장을 뒤졌고 라면을 발견한 순간 환하게 웃었다.
이를 보고 있던 김제하 역시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고안나는 가스레인지를 사용하지 못해 발을 동동 거렸고 김제하 역시 크게 안타까워했다. 결국 고안나는 시무룩해진 채 생라면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고 김제하는 "안 돼! 포기하지 마"라며 아쉬워했다.
굵고 짧은 로맨스 순간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약하기 그지없는, 세상에 존재가 들켜선 안 되는 고안나와 전쟁 용병 출신의 강인한 경호원 김제하의 극과 극 매력,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시너지 '케미'는 안방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임윤아의 비주얼이 '열일'했다. 숨어 사는 존재라 잠옷이 전부인 고안나인 까닭에 소녀시대 때처럼 화려한 스타일링은 찾아 볼 수 없지만 그래서 임윤아의 청순미가 폭발하고 있다. 샤워가운만 걸쳤을 뿐인데 고안나의 나약함과 순수함이 그대로 뿜어져 나왔다.
대인기피증에 공황장애까지 앓고 있어 최유진을 향한 분노를 쏟아낼 때 이외엔 고안나가 말하는 순간은 많지 않다. 그래서 눈빛 연기가 더욱 더 중요한 것. 임윤아는 세상을 향한 두려움과 최유진에 대한 분노를 두 눈에 가득 담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제작진은 고안나 역에 일찌감치 임윤아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임윤아 측은 제작진의 제안을 한 번 고사했다. 그러나 재차 러브콜이 들어왔고 결국 이를 수락했다. 덕분에 3년 만에 국내 드라마 컴백이 이뤄졌고 임윤아는 그렇게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됐다.
배우로서 임윤아의 매력을 느끼기에 라면 하나면 족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THE K2'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