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예감한 김유정의 눈은 애절함 그 자체였다. 이제 고등학생밖에 안 된 김유정의 눈빛 연기는 성인의 연기를 뛰어넘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이영(박보검 분)이 홍라온(김유정 분)의 정체가 역적인 홍경래의 딸이라는 것과 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라온은 어머니와 재회한 이후 자신의 아버지가 홍경래라는 것을 알고 이영과 이별을 직감했다. 궁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건 일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을 기다리는 이영을 위해 궁으로 돌아갔다.
궁에 돌아간 라온에게 있어 이영과 함께 하는 순간은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그렇기에 라온은 이영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고 온종일 붙어있겠다고 선언했다. 이영은 그런 라온이 예쁘기만 했고 아무것도 모른 채 마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 이영을 바라보는 라온의 마음은 점점 더 아파오고 이영을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더 애절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영과 마지막 이별을 앞두고 같은 이불에 누워서 뽀뽀하는 순간의 라온은 정말 진지했다. 차곡차곡 혼자서 이별을 준비하는 라온이 결국 코앞으로 다가온 이별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에서 보내는 눈빛은 애절함 그 자체였다.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가슴도 절로 미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라온의 훌륭한 연기를 끌어낸 것에는 이영의 공도 컸다. 이영도 평소 안 하던 행동을 하는 라온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무조건 신뢰를 보내며 밀당없이 한없는 미소와 달달한 말로 애정을 표현했다. 그런 이영과 헤어져야 하는 라온의 눈에서는 당연히 진심 어린 애틋함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다.
김유정에게 있어 ‘구르미 그린 달빛’은 큰 도전일 수밖에 없다. 사극에다가 남장여자는 물론 진지한 로맨스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개가 아니지만 김유정은 해냈다. 아역배우로서 탄탄하게 쌓아온 연기력이 큰 발판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제 라온과 이영 앞에는 가시밭길뿐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역적의 딸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 자리 잡고 있고 이영에게는 김헌(천호진 분) 일당이라는 거대한 장애물도 놓여있다. 과연 두 사람은 운명을 거슬러 행복해질 수 있을까./pps2014@osen.co.kr
[사진] '구르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