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판타지가 10월 첫 황금연휴 동안에 개싸라기 흥행에 돌입하는 기쁨을 맛봤다. 한국영화 누아르 대작 '아수라'에 줄곧 밀렸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연휴 마지막 날 대역전극을 펼치며 선두로 올라서 장미빛 흥해을 예고하고 있다.
두 영화는 지난 달 9월28일 함께 막을 올렸다. 개봉 당시의 분위기는 '아수라'의 압승. 정우성을 비롯해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데다 강력한 마케팅 효과까지 겹춰져 폭발적인 흥행 기록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마땅한 경쟁 상대가 없을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팀 버튼의 신작이 마니아 및 가족 관람객들을 쭉쭉 흡입하면서 개봉날 이후로 계속 매출과 관객 점유율이 하락하며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아수라'는 3일 하루 동안 27만8133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208만1415명을 기록중이다. 1위 자리는 이날 31만1276만(누적 105만3839명)을 모은 '미스 페레그린'에게 내줬지만 2백만을 돌파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문제는 이날 스크린과 상영횟수에서 '아수라가' '페레그린'보다 많았음에도 관객수에서 밀렸다는 사실이다. '아수라'는 스크린 1184개에 5609회, '페레그린'은 904개에 3181회를 상영했다.
역전의 가능성은 지난 주 연휴 시작부터 노출됐다. '아수라'의 매출액 점유율이 지난 달 28일 첫 날 67.4%로 정점을 찍은 후 55.4%(29일) 47.3%(30일) 45%(1일)로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린 반면에 '미스 페레그린'은 11.2%, 14.7%, 19%, 23.3%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는 것. 보통 영화에 대한 관객 기대감과 마케팅 효과는 개봉일 전후의 방아쇠 역할일 뿐, 그 이후부터 입소문이 결정적인 흥행 동력으로 작용한다.
'아수라'는 흥행에 박차를 가해야 할 황금연휴를 맞이해 오히려 흥행 탄력에 살짝 제동이 걸린 사실이 롱런 전선에 암운을 끼쳤다. '아수라'를 향한 관객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데다 같은 날 막을 올린 팀 버튼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 예상 외로 강세를 보인 것이 전 후방 브레이크로 동시 작동한 것이다. '아수라'가 오로지 핏빛 향연을 갈구하는 19금 정통 누아르라는 점도 긴 연휴에는 평소보다 더 불리하게 작용했다.
'아수라'는 정우성, 주지훈, 곽도원, 황정민, 정만식 등이 출연해서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악인들의 생존을 그린 영화로 "뻔하고 어수선하다" "배우들 연기만으로도 제 몫을 한다"는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정우성의 인생 연기와 주지훈의 변신, 곽도원의 서슬 퍼른 악역 만큼은 명불허전이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할아버지의 죽음의 단서를 쫓던 중 시간의 문을 통과한 제이크가 미스 페레그린과 그녀의 보호 아래 무한 반복되는 하루를 사는 특별한 능력의 아이들을 만나 펼치는 미스터리 판타지. 팀 버튼의 연출 마법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화법으로 펼쳐지면서 '가위손' 이상으로 관객들을 스크린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중이다. /mcgwire@osen.co.kr
<사진> '아수라' '미스 페레그린'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