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혜빈이 악녀 연기에 시동을 걸었다. 강아지 같은 눈망울에 선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전작에서의 예쁜 오해영은 없다. 웃는 얼굴로 독기를 내뿜는 모습이 극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전혜빈은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극본 권음미, 연출 강대선 이재진)에서 차금주(최지우 분)의 이복동생이자 변호사 박혜주 역을 맡았다. 혜주와 금주는 어린 시절 애틋한 자매 사이였지만, 성장 과정에서 묘하게 틀어져 현재는 함복거(주진모 분)를 가운데 둔 연적이 될 조짐이다.
혜주가 흑화하게 된 건 금주의 그늘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금주는 서초동 잘 나가는 사무장으로 혜주를 변호사로 키워낸 인물. 혜주에게 늘 따라다니는 건 언니의 꼬리표였다. 여기에 과거 회상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계모의 차별 아래서 자란 불운한 학창 시절도 그려진 바 있다.
금주가 음모에 휘말리면서 징역을 살고 나온 사이 혜주는 흑화했다. 언니의 도움 없이 스스로 보스턴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것이 바로 혜주의 홀로서기이자 악녀 변신의 전초전을 알리는 시작. 유명 로펌에 입사한 이후에는 자신을 무시하던 대표 변호사 구지현(진경 분)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앉았다. 게다가 오랜만에 만난 금주에게는 “언니 하차 있는 사무장이잖아”라며 악녀 본색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웃는 얼굴로 내뱉는 말 속에 숨겨진 독한 진심들은 전혜빈이 연기하는 악녀의 포인트다. 전작 tvN ‘또 오해영’에서는 모두에게 사랑받고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속으로 아픔을 숨기고 있는 금해영으로 분했던 바. 당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이 제대로 흑화한 모습이다.
앞으로 혜주와 금주는 연적으로도 묶일 전망. 혜주는 복거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고, 복거는 금주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엇갈린 삼각관계가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besodam@osen.co.kr
[사진] '캐리어를 끄는 여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