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노릇 익어가는 전기구이 통닭. 모의고사도 잘 봤으니 먹어도 되겠다 싶었지만 카드에는 잔액이 부족했다. 또 다른 이는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공부를 때려치겠다며 치킨에 맥주 한 캔을 땄다. 노량진 공시생들의 애환이 한데 담긴 '혼술남녀' 속 '치킨 먹방'이었다.
3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9회에서 동영(김동영 분)은 학원에서 치른 모의고사에서 원하던 성적을 얻었다. 그동안 밥 먹을 시간을 줄여서까지 공부에 집중했고 오랫동안 사귄 여자 친구와 이별을 감내하며 공무원 시험에 매달린 결과였다.
짠돌이인 그였지만 이날 만큼은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거리를 걷다가 맛있게 익어가는 전기구이 통닭은 본 동영은 입맛을 다셨다. 그저 지나치려고 했지만 통닭은 그의 발길을 단단히 묵었다. 예전 같았으면 마음을 다잡았겠지만 시험도 잘 봤으니 동영은 통닭을 사먹기로 했다.
가격은 8900원. 하지만 그의 카드에는 잔액이 부족했고 동영은 당황했다. 그동안 식구들이 몇 만 원씩 생활비를 보태줬는데 이 돈이 들어오지 않은 것. 동영은 염치 불구하고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어머니가 다쳐서 병원비 때문에 깜빡했다"는 말이었다.
동영은 자책했다. 자신이 합격하기만을 바라며 십시일반으로 도와주고 있는 가족들을 잠시 잊고 그저 시험 한 번 잘 봤다고 우쭐한 자신이 민망하고 속상해서다. 결국 그는 통닭을 사지 않은 채 고시원에 돌아왔고 순간 가족들에게서 생활비가 입금돼 그를 더욱 슬프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그의 친구인 기범(키 분)은 동영과 달리 시험을 망쳤다. 몇 년 동안 노량진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좀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아 좌절하고 말았다. 동영의 점수를 보고 "합격하셨네요. 9급 공무원 김동영 씨"라고 비아냥거리면서도 자신의 한심한 처지에 속이 상했다.
결국 그는 '혼술'로 쓰린 마음을 달래기로 했다. 앞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당당하게 나타나겠다던 다짐은 어느새 사그라들었다. 치킨 한 마리에 맥주를 들이켜며 "노량진을 진짜 떠나야 하나"라고 고민에 빠졌다.
동영과 기범의 에피소드는 어찌 보면 노량진 공시생들의 보편적인 일상일수도.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전부가 아닌 '혼술남녀'라 다룰 수 있는 슬프고도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통닭 한 마리에 담긴 공시생들의 애환이 시청자들의 코 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comet568@osen.co.kr
[사진] 혼술남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