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놀라운 배우다. 작품을 거듭하면서 이렇게 확실히 성장을 보여주는 배우도 드물 듯하다. 박보검은 전작 ‘응답하라 1988’에 이어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또 한 번 성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박보검은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왕세자 이영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데, 이영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물론 섬세하면서 깊은 감정 연기, 거기다 훈훈한 비주얼로 ‘박보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박보검의 연기는 ‘놀랍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듯하다. 극 중 라온(김유정 분) 앞에서는 한없이 해맑고 귀여운데, 아무런 힘이 없는 왕(김승수 분)인 아버지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권력을 가지고 왕을 휘두르는 김헌(천호진 분) 앞에서는 무게감 있는 카리스마를 펼치는 등 극과 극의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박보검이 라온을 보고 환하게 웃을 때는 시청자들도 절로 미소를 짓게 되고 박보검의 눈에 눈물이 가득할 때는 시청자들도 함께 가슴 아파하고 박보검이 진중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시청자들도 같이 긴장하게 된다.
박보검의 연기 덕에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가 그리고자 하는 로맨스와 정치, 이 두 가지 스토리에 집중하고 볼 수 있다.
매 장면 허투루 하는 법이 없고 감정을 쏟아내는 박보검의 연기력은 매회 호평을 받고 있는데 지난 3일 방송된 13회분에서는 시청자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한 장면이 탄생했다. 이 장면에서 박보검이 보여준 연기를 ‘진공연기’라고도 표현하는데, 숨죽이고 지켜보게 한 장면이었다.
이영은 전날 자신과 한 발자국도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라온과 달콤한 하루를 보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라온이 없어졌다. 라온을 찾던 이영은 궐이 소란스러운 걸 의아하게 여기고는 김의교(박철민 분)에게 이유를 물었고 김의교는 홍경래의 여식이 궐 안에 머물고 있어 색출 작업 중이라며 홍경래 여식의 이름이 홍라온이라고 했다.
그 순간부터 화면을 압도하는 박보검의 연기가 펼쳐졌다. 박보검 혼자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눈빛 하나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냈다. 하나의 감정으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놀라움, 충격, 두려움, 불안 등의 감정을 섬세한 눈빛 연기와 표정 연기로 소화했고 시청자들도 이영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연기였다. 극찬할 수밖에 없는, ‘놀랍다’라는 표현이 부족한 연기였다. /kangsj@osen.co.kr
[사진]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