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신분의 차이나 업적, 재산 등의 차이를 염두해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의 박보검과 김유정이 정신적이고 숭고한 사랑을 완성해가는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연출 김성윤 백상훈)은 츤데레 왕세자 이영과 남장 내시 홍라온의 예측불허 궁중위장 로맨스. 신분을 뛰어넘는 왕세자와 내관의 절절한 연애담이 월화극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평일 밤을 수놓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일 방송된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이영(박보검 분)과 홍라온(김유정 분)이 운명의 덫에 걸려 이별했다. 이영이 "돌고 돌아 결국 만날 수밖에 없는 인연이 됐다"고 했지만, 라온은 그런 그에게 마지막 키스를 남기고 떠났다. 역적 홍경래를 아버지로 둔 라온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홍경래는 순조 11년 대규모 농민반란을 일으켰다. 일명 '홍경래의 난'은 1811년 12월 평안도에서 일어난 조선시대 민란으로, 1812년 4월까지 전국을 강타했다. 서북인에 대한 차별의 항거였지만 세도정권 하에 흉년과 전염병이 나돌아 민심이 흉흉해져 민란의 기운이 커져온 것이다.
당시 홍경래는 과거시험에 낙방했고, 서북인 임용제한정책에 불만을 품어 평안도 가산에서 지도층과 영세농민, 중소상인 등을 모아 대규모의 반란을 일으켰다. 당시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홍경래는 역적인데, 그의 딸 라온 역시 위험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라온은 어머니에게 "끝까지 모르게 해주지. 아니 조금만 더 빨리 알려주지"라고 말하면서도 이영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 "금방 돌아오겠다"며 "보내달라"고 했다. 라온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저하를 만났고 그는 "이번엔 네 얼굴을 봐도 절대 웃지 않으려고 했는데 약조한 시간이 훨씬 지나 또 걱정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라온은 혼자서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자와 국혼을 약속한 조하연(채수빈 분에게) "저하께는 아씨 같은 분이 어울린다. 앞으로 잘 보필해달라"고 말했다.
가혹한 운명 앞에 놓인 이영과 라온은 어찌 될까. 신분 차이로 말미암은 어쩔 수 없는 이별이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로맨스의 공식을 따르는 작품이야말로 가을날 마음을 뒤흔들기에 딱 적합한 법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