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어느 곳에서 바라 보아도 같은 모양이다. 영남 지방에서는 보름달인 것이 호남 지방에서 초승달로 보이지 않는다. 이 달처럼 한결 같은 마음으로 이어져 있는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과 김유정의 사랑이 시청자들을 울렸다.
지난 4일 방송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김헌(천호진 분) 일파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홍라온(김유정 분)과 세자 이영(박보검 분)의 시련이 그려졌다.
김윤성(진영 분)의 도움 덕에 극적으로 궐을 빠져나갔지만, 홍경래의 여식임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직전인 상태에서 라온은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연인을 잃은 이영은 라온이 놓고 간 팔찌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봤다.
기구한 운명 탓에 떨어져 지내야만 하는 이영과 라온은 각자 궁궐과 은신처에서 달을 바라보며 서로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동시에 과거 궐에서 함께 달을 보던 때를 회상했다. 이영은 “궐에서 보는 달은 저렇게 생겼구나”라며 신기해하던 라온을, 라온은 궐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던 이영을 떠올렸다.
이때 이영의 명대사가 터졌다. “궐에서 보든 반촌에서 보든 달은 그저 달이지 않느냐. 내가 세자고 네가 무엇이든, 언제 어디 있든 우리의 마음만 같으면 된다. 저 달처럼”이라는 고백과 함께 라온의 손을 잡던 이영의 모습은 현재 두 사람의 상황과 맞물리며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기 충분했다.
또 다른 갈등도 있었다. 김헌은 이영이 목숨을 잃을 뻔했던 동궁전 습격 사건의 간자가 라온이었다고 둘의 사이를 이간질했고, 이를 믿을 수밖에 없던 이영은 괴로움에 빠졌다. 이날 방송 말미 라온과 재회한 이영의 눈빛은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라온을 품에 안는 이영이 짠했다.
이처럼 매회 닥치는 시련 앞에서도 이영과 라온의 사랑은 여전히 달빛으로 연결돼 있었다. 오히려 시련을 만날 때마다 더욱 강해지는 듯도 싶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야기는 더욱 애틋하고 절로 눈물을 솟게 한다. 비록 지금은 14회의 부제처럼 안갯길을 걷고 있는 둘이지만, 라온이 궐을 도망치듯 나오기 전 이영과 했던, 절대로 서로의 손을 놓지 않겠다는 약속이 지켜지길 바라 본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