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박보검은 지난 4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아무 말도 없이 궐을 나갔던 라온(김유정 분)과 재회한 후 처음 내뱉은 말이다. 이전과는 다른 냉정한 눈빛으로 이런 말을 하다니, 그런 이영(박보검 분)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이영의 눈빛만 보면 라온이 자신에게 말도 하지 않고 떠난 이유, 무엇보다 라온 자신이 역적인 홍경래의 여식이라는 걸 말하지 않은 사실에 라온에게 크게 화가 나고 실망해 말 그대로 라온을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앞서 라온은 이영을 향해 깊은 사랑을 표현했다. 궐을 떠나려고 하기 전 마지막 하루를 이영과의 시간으로 채우려고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을 거라며 온 종일 이영 곁에 있었고 함께 밤을 보내기도 했다.
라온이 이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라온이 이영의 아버지인 왕(김승수 분)을 위협했던 역적 홍경래의 여식이었기 때문. 두 사람은 이뤄질 수 없는 관계였다.
거기다 김헌(천호진 분) 일파에게 납치될 수도 있는 상황까지 벌어졌으니, 라온은 이영을 위해 떠날 수밖에 없었다. 라온은 김윤성(진영 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궐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김헌이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한 것. 김헌은 동궁전을 습격한 사건의 간자가 라온이었다면서 “저하도 화가 나지 않냐. 그 계집의 팔 다리를 잘라서라도 저하 앞에 데려다 놓겠다”고 말해 이영의 분노와 불안을 자극했다.
이영은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사랑한 여인이 계획적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얘기에 화가 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영과 라온은 오랜 시간 다져온 굳건한 믿음이 사이가 아니던가. 김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이영이 아니었다.
어찌됐든 이영과 라온은 김헌의 계략으로 다시 만나게 됐는데, 이영의 눈빛은 궐에서 라온을 향한 눈빛이 아니었다. 애정이 가득한 눈빛이 아니라 원망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그런 눈빛을 하고는 라온에게 “내가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해 불안함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영은 라온을 향해 걸어가더니 라온을 안았다. 그리고 이영은 여전히 라온과 나눈 팔찌를 하고 있었다. 말로는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라온을 끌어안은 이영이라니, 이런 ‘용서’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kangsj@osen.co.kr
[사진]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