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석진이 제대로 된 인생캐릭터를 만났다. 하석진을 떠올리면 일단 '퀄리티'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를 지경.
한양대 공대출신의 미남 배우라는 타이틀은, 하석진에게 주말드라마 실장님 전문 배우라는 고정된 캐릭터를 안겼던 게 사실이다. 우연히 출연하게 된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내 몸에 맥주가 흐른다"라며, 애주가를 자처했던 당시만 해도 그가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속 진정석 같은 인물을 맡게 될 것을 상상했던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런 하석진이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혼술을 홀짝이며 "퀄리티"를 운운하는, 노량진 1타 강사로 돌아와 진지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퀄리티 요정'이 됐다. 지난 4일 방송된 '혼술남녀' 10회에서는 '노그래(노량진 장그래)' 박하나(박하선)에게 빠져 만취한 상태로 내뱉는 퀄리티 떨어지는 고백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퀄리티 높은 설렘을 안겼다.
그뿐 아니다. 이날 방송에서 진정석(하석진)은 서울대 의대 출신의 소개팅녀에게 바닷가재로 얻어맞는 장면하며, 수능 점수를 대며 싸우고, 돈을 누가 더 버느냐로 언성을 높이다가 결국 물을 뒤집어 쓰는 장면은 큰 웃음을 자아냈다.
진정석이 보여주는 행동은 늘 예측불허라 재미있다. 앞서 '혼술남녀' 9회 엔딩에서는 박하나와 지방을 다녀와 데이트 느낌을 물씬 풍기며 함께 술까지 마셔 로맨스를 만드는가 싶더니, 일순 고백한 박하나를 차에서 내리게 하는 황당한 상황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만들어내는 엔딩은 이제 '혼술남녀'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확실히 하석진이 이번에 만난 '퀄리티 요정' 진정석은 그의 배우 인생에서 마주한 가장 강력한 인생 캐릭터다. 총 16부작에 벌써 10회까지 진행된 진정석이, 술김에 빚어낸 취중 고백이 다음주에 또 어떤 식으로 퀄리티 있게 수습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 gato@osen.co.kr
[사진] '혼술남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