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이 떠나간 이들의 남겨진 그림자와의 싸움을 하고 있다. 또 흘러간 전설의 특집이 남긴 추억과의 경쟁도 한다. 500회가 된 ‘무한도전’의 진짜 고민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500회를 넘어 1000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500회 특집은 영화 ‘아수라’ 배우들과 함께 하는 추격전이 이미 방송됐고, 진짜 500회 특집으로 마련된 증강 현실을 이용한 ‘무도리 GO’가 오는 8일 501회로 전파를 탄다.
2005년 4월 23일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무한도전’은 이 프로그램이 국민 예능으로 팽창하고 성장하던 시기를 이끌어왔던 멤버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길과 노홍철이 물의를 일으킨 후 하차했으며, 정형돈은 건강 이상과 부담감을 호소하며 프로그램을 떠났다. 사실상의 프로그램 성장 일등공신이었던 멤버들 중 남아 있는 멤버가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하하 등 4명밖에 없는 상황. 새 멤버인 광희와 사실상 고정 멤버인 양세형이 함께 하고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중간에 굴러온 돌인 길이 그랬듯이 두 명 모두 무임승차라는 오해를 벗고 ‘무한도전’의 어엿한 멤버로 인정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슬프게도 길은 하차 후에야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목소리, 그리고 그립다는 뒷북 여론이 조성됐다.
제작진과 멤버들이 양세형의 반고정 합류에 대해 “도움을 주고 있다”는 표현을 쓴 것 역시 시청자들의 무임승차 오해와 달리 ‘무한도전’에게 멤버 한 명 한 명이 예능 캐릭터로서 큰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일 터. 두 사람의 합류로 프로그램이 활기를 띠고 쭉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멤버들간의 새로운 조합이 색다른 재미를 안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기존의 ‘무한도전’을 좋아했던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아직 어색하고 진짜 ‘무한도전’이 아닌 듯한 느낌을 안기긴 하지만 말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미 지나간 '무한도전'과의 추억을 붙들고 있기에 이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누리는 동시에 제작상의 커다란 압박감이 발생하는 이유다.
새로운 멤버가 자유롭게 투입돼서 새 웃음 원동력을 끊임 없이 만들어야 하는 ‘무한도전’에게 과거의 특집과 이미 떠난 멤버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그리움과 애정은 어찌 보면 큰 짐이 되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을 듯 보이는데 신선한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야 하는 예능프로그램으로서의 고달픈 제작 부담, 그리고 국민 예능프로그램으로 불리는 만큼 따라다니는 책임감과 기존에 쌓아온 업적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제약, 이미 떠난 자들의 짙은 그림자가 버거운 분위기까지 ‘무한도전’이 지금 이 순간도 무한한 도전을 하고 있는 이유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