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가서 어느 낯선 도시에서 잠간 30~40분 정도 사부작 걷는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풍에 복잡한 생각이 스르르 사라지고 '인생 뭐 별 거 있나' 잠시 이렇게 좋으면 되는 거지 그러면서 다시 힘내게 되는 그 30~40분 같아요."
한 편의 시가 아닌 드라마 속 대사다. 바로 지난 달 21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공항가는 길' 속 승무원인 수아(김하늘 분)이 도우(이상윤 분)에게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감정을 설명한 대사인 것. 다소 심심하다고 느낄 정도로 잔잔한 이야기에도 저절로 몰입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항가는 길'은 두번째 사춘기를 겪는 두 남녀의 공감과 그리고 이를 통해 시작되는 궁극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로, 김하늘과 이상윤이 캐스팅돼 기대를 모은 바 있다. 다만 두 주인공이 모두 기혼 남녀라는 사실은 결국 불륜이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첫 방송이 시작된 후 이러한 우려는 점차 사그러들었다. 차근차근 서사를 쌓아나가는 짜임새 있는 대본과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이는 감각적인 연출이 3박자를 이루며 설득력 있는 드라마를 완성한 덕분이다.
특히 지난 3회에 등장했던 김하늘의 '사부작' 대사는 도우에 대한 수아의 마음에 몰입할 수 있도록 다가왔을 뿐 아니라, 듣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호응을 얻었다. 김하늘 역시 5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를 명대사로 꼽으며 "처음엔 그 대사를 직접 말로 내뱉는 게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까 멋있어서 소름 돋았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이유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 때문이라고 하시더라"라는 생각을 밝혔다.
비단 '사부작' 대사 뿐만 아니라 '공항가는 길'에서는 여타 드라마와는 다른 시적인 느낌의 대사들을 들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김철규 PD는 "처음에는 '이게 수필이지 드라마 대사야?'라고 하면서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런 시적인 대사들이 인물의 감정들과 어우러지며 강렬한 느낌들을 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회차가 많이 남아있다. 4회까지는 심심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그런 분들의 욕구까지 채워줄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거라고 믿는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이상윤 역시 대본의 완성도에 대해 극찬하며 "대본도 현재 배우들은 12회까지 받아본 상태다.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다. 보통은 많이 나와봤자 8부인데, 이 드라마는 첫 촬영부터 6회 대본의 최종본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내용 역시 산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연기와 연출, 대본까지 3박자를 이루며 우려를 기대로 바꾼 반전 드라마 '공항가는 길'은 결말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췄다. 지금까지 그려왔던 극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완성도 높은 엔딩을 선보이겠다고 선언한 것. 간만에 나타난 제대로 된 멜로드라마의 탄생에 많은 이들 역시 제대로 드라마를 달릴 준비를 마쳤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KBS 제공.